김향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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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시나요

2008.07.14 13:53

최향미 조회 수:1112 추천:122






        지난 주말에 킹스 캐년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신혼 초부터 다니기 시작한 캠핑은 어느새 아이들이 방학하면 함께 꼭 떠나는 여름 행사가 돼 버렸다. 아이들이 자라는 나이에 따라 캠핑 준비물과 음식이 달라져갔다. 이제 대학생 딸과 고 3이 되는 아들 녀석의 나이를 생각하니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간편히 다녀 올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 친정에서 데려온 세 달짜리 강아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110도가 넘는 날씨라 집에 혼자 놔두고 가기에 걱정이다. 그렇다고 데리고 가기에도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다. 화초를 뜯어 먹어서 설사가 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캠핑장에서 벌레에 물리거나 기생충에 전염될까싶어 마음이 놓이지가 않는 것이다. 이주 전에 산책을 시킨다고 이틀을 계속 데리고 나갔다가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피가 나는 사고가 있었다. 맹인견으로 유명한 골든 리트리버 종으로 덩치가 커서 그만 세달짜리 강아지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다. 그 후로 무리하게 다룬 주인의 무식함이 얼마나 미안한지 참을성 많은 새끼 강아지를 아기 다루듯 하게 됐다. 하지만 결국 데리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강아지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을 먹자 부산해 지기 시작했다. 가축병원에 가서 미리 예방 주사를 맞추고 자상한 수의사 선생님의 주의 사항과 함께 받아온 약이 네 종류가 됐다. 간편한 여행을 계획했다가 강아지 덕분에 갑자기 분주해지기는 했어도 이제 한 가족으로 의미 있는 여행이 되리라는 기대에 한껏 마음이 부풀었다.

        다행히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순하고 영리한 녀석은 마주치는 캠핑장 이웃들에게도 인기 만점 이었다. 우리 가족은 강아지 덕분에 대화도 늘어나고 함께 웃는 일이 많이 생겼다. 걱정했던 일들은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식구들 속을 태우는 일이 있었다. 캠핑장에 검불이나 나뭇재, 또는 땅에 있을 개미나 균 때문에 강아지가 앉을 자리마다 깨끗이 자리를 깔아주면 한사코 밀어내고 땅바닥에 배를 깔고 앉는 것이다.

        깨끗한 자리를 옆에 두고 더러운 바닥에 네 다리를 쭉 펴고 아기처럼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다가 나는 혀를 끌끌 찼다. “ 토비 녀석...저러다 개미에 물리면 어떻게. 저 위해 쫒아 다니며 위해주는 주인 맘도 모르고... 바보같은 녀석...” 이렇게 남편에게 중얼대다가 한마디가 더 튀어 나온다. “ 딱 우리 꼴 일거야. 하나님이 나 좋은 거 챙겨 주시는데 좋은거 나쁜 것도 모르고 왜 귀챦게 하세요 그러면서 칭얼대기나 하구...하나님이 얼마나 답답하실까 그지?” 하다 보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디 내가 사랑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하나님 마음뿐이랴.

        내 자식 다 키워 놓고 이제 홀가분히 나만 챙기며 살아봐야지 하는 나이에 강아지 녀석이 한 마리 품안으로 들어 왔다. 그렇게라도 해서 헤아리며 살아야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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