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를 사는 지혜...한국일보

2012.01.04 14:36

김인자 조회 수:476 추천:22

백세를 사는 지혜

김인자

최근 십 여 년간에 한국은 저 출산과 더불어 인구의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의 노인 석에 앉아있는 십대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어른의 부탁에 "누가 늙으랬냐?"고 답하더라는 말을 듣고 경악했었다. 철없이 사랑만 받고 자란 어린아이의 말이겠지만, 한편 퇴색되어 가는 경노사상의 사회풍조를 짐작케도 한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 태어나서 만물의 영장으로 영위하지만, 아무리 의학과 웰빙, 예방의학이 발전했어도 백세까지 산다는 것은 현재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도 인간이 사용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했다.

   얼마 전, 교포사회의 원로이신 오재인박사님의 99세 (白壽硏) 생신일 축하파티에 갔었다. 백수잔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두보'의 연민의 시 구절이나,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라는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다는 '이릉'의 애절한 시 구절을 생각지 않아도, 오박사님은 남부럽지 않은 건강과 품위 그리고 번창하는 자녀들을 두셨으니 축복 받은 분이시다.

   그분의 건강비법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맨손체조를 40분간하시며, 소식과, 걷는 것과 자전거에서 다리 운동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분은 우리들이 '슈퍼맨'으로 부르며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존경받는 분이시다.  
   이제 우리가 90대라면 무엇이 보일까? 앞만 보며 달려온 인생도 어느 순간 걸어온 뒤안길을 관조해 보게된다. 역으로 돌아보는 삶......젊었을 때 보지 못한 새로운 가치와 의미가 보일까? 경험과 연륜을 거쳐 삶의 종착역이 가까워 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후회하며 연연하며 아쉬워할까? 거꾸로 지금의 나를 쳐다보면 아직은 젊고 건강하고 무엇이든지 가능한 나이로 생각될 것이다. 또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준엄한 현재를 생각하며 가장 맞춤 된 장밋빛 여생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영문학자이며 작가이고 문명비평가인 임어당의 인생 서정철학을 반추해본다. 그는 불교의 표현대로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생자필멸(生子必滅)이라는 우주적 진리에 근거를 둔 노장사상에 가까운 사상가로 내세를 믿지 않고,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의 천국으로 보았으며, 현세의 삶에 온전한 가치를 두고 매 순간을 참으로 즐겁게 행복을 향유하라는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인생철학을 달관했다고 식자들간에 회자되는 그의 저서 <생활의 발견>은 1937년 미국에서 출판되어 1년간 Best seller 중의 best로 팔렸으며 10여 개국어로 번역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2대에 걸쳐 기독교집안이지만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그가 사랑한 자연과 인생이 그의 종교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월남선사 틱낫한(Thick Nhat Hanh)은 그의 저서 "마음을 다하는 기적"에서 "매일같이 일하는 사소한 것이라도 성의껏 하는 것이 종교적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그릇 하나 닦는데도 거룩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 하였다.

   한편 톨스토이의 종교관을 보면 "인간의 모든 불행은 종교의 결여에서 온다. 종교만이 선한 것과 악한 것을 결정하며 종교만이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하여주고, 종교만이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종교만이 모든 외적인 압박에서 해방시켜준다"고 하였다.

   어느 사상에 의미를 두던, 내 여생의 빈틈없는 주인이 되어 늙음의 경험과 지혜로 현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100이라는 숫자를 초월해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도 늙음을 즐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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