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고독......한국일보 9월
2012.11.19 21:12
디지털시대의 고독
김인자
점점 이상한 세상이 되어간다. 길가는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웃고 손짓까지 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어디에서나 본다. 또 힙합가수처럼 음악에 맞춰 온 몸을 흔들며 랩을 중얼거리고 이 혼잡한 길거리에서 마치 유리로 된 돔 안에 있는 듯 주위와 단절되어 걷고 있다. 또 혼자서 게임에 열중한다거나 iPad를 또는 e-book을 읽고 있는 그들은 전자기기가 절친한 친구로 옆에 붙어있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이것이 오늘날 디지털시대에 우리들이 사는 실존이고 앞으로 더욱 단절과 소외로 인해 세포 분열되어서 개인, 고독이라는 무드가 일상화될 것 같다. 그런데도 10월 23일 글랜데일 몰에 있는 애플매장엔 새 품목인 iPhone5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퍼즐처럼 조각난 현대인의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능적인 우정과 계산되는 세상의 비인간성의 갈등이 뒤범벅 된 사회에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것은 상식과 지식과 뉴스를 갖춘 기계가 되는 것 같다. 거기에 변화라는 테제베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고독과 소외라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도 전자과학은 계속 경쟁적으로 발전해서 아날로그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광속 시대의 격류에 더욱 이탈감과 자기상실감에 젖게 된다. 현재 있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도 어려운데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첨단 기기는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시대적 급류에 디지털은 현대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디지털이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대두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자동화와 효율성과 신속성을 간직한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현대는 지구인들의 경쟁된 오픈사회이다. 반면에 원래 상호 의존해서 같이 생존해가는 인류사회인데도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은 자연히 그늘에서 고립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의 개념이 현대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아날로그세상은 점점 쇠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자기기가 가장 발달되고 가장 많이 유통하는 가장 모던한 한국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으며 더욱이 노인자살률은 미국과 일본의 4-5배가 된다고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급속한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성이 메마르고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각박하고 빠른 결정과 단문의 삭막한 문화 속에서 빈곤과 질병과 사회적 고립으로 소외감에서 오는 고독이 우울증으로 또 자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인류의 시작에선 인류가 문명을 만들지만 오늘날엔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책꽂이가 모자랄 정도로 온 집안에 가득했던 지혜의 저장소 같았던 책들은 ‘e-book`으로 바뀌어 수천 권의 책이 손톱만한 메모리 칩에 저장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의 모더니즘 문학사상의 흐름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유도했던 보르헤스가 그의 전반생을 몰두해서 읽었던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은 출판 244년 만에 출판을 중지했다.
이제는 전자책과 전자신문, 전자뉴스, 전자소통, 전자기기…….음반이나 영화 역시 작은 플레이어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의 정서적, 언어적, 피부적 소통은 점점 단절되고, 디지털 기기에의 지나친 의존성은 인간성이 상실되는 주객전도를 유발해서 인간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KB(kilo byte)의 세계도 흡수하기 어려운데 1 MB(Mega Byte)의 생활에 끌려가려니 힘에 겨운 것이다.
페이스북만 열어보면 시공을 넘어서 시간여행으로 과거와 바로 접속이 되고 이메일로 간단하게 근황을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과 감정을 기계적 수치로만 카운트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감성의 존재이므로 아무리 초현대 우주시대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의 생에서 정서적으로 익숙한 아날로그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김인자
점점 이상한 세상이 되어간다. 길가는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웃고 손짓까지 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어디에서나 본다. 또 힙합가수처럼 음악에 맞춰 온 몸을 흔들며 랩을 중얼거리고 이 혼잡한 길거리에서 마치 유리로 된 돔 안에 있는 듯 주위와 단절되어 걷고 있다. 또 혼자서 게임에 열중한다거나 iPad를 또는 e-book을 읽고 있는 그들은 전자기기가 절친한 친구로 옆에 붙어있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이것이 오늘날 디지털시대에 우리들이 사는 실존이고 앞으로 더욱 단절과 소외로 인해 세포 분열되어서 개인, 고독이라는 무드가 일상화될 것 같다. 그런데도 10월 23일 글랜데일 몰에 있는 애플매장엔 새 품목인 iPhone5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퍼즐처럼 조각난 현대인의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능적인 우정과 계산되는 세상의 비인간성의 갈등이 뒤범벅 된 사회에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것은 상식과 지식과 뉴스를 갖춘 기계가 되는 것 같다. 거기에 변화라는 테제베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고독과 소외라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도 전자과학은 계속 경쟁적으로 발전해서 아날로그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광속 시대의 격류에 더욱 이탈감과 자기상실감에 젖게 된다. 현재 있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도 어려운데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첨단 기기는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시대적 급류에 디지털은 현대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디지털이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대두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자동화와 효율성과 신속성을 간직한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현대는 지구인들의 경쟁된 오픈사회이다. 반면에 원래 상호 의존해서 같이 생존해가는 인류사회인데도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은 자연히 그늘에서 고립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의 개념이 현대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아날로그세상은 점점 쇠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자기기가 가장 발달되고 가장 많이 유통하는 가장 모던한 한국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으며 더욱이 노인자살률은 미국과 일본의 4-5배가 된다고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급속한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성이 메마르고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각박하고 빠른 결정과 단문의 삭막한 문화 속에서 빈곤과 질병과 사회적 고립으로 소외감에서 오는 고독이 우울증으로 또 자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인류의 시작에선 인류가 문명을 만들지만 오늘날엔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책꽂이가 모자랄 정도로 온 집안에 가득했던 지혜의 저장소 같았던 책들은 ‘e-book`으로 바뀌어 수천 권의 책이 손톱만한 메모리 칩에 저장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의 모더니즘 문학사상의 흐름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유도했던 보르헤스가 그의 전반생을 몰두해서 읽었던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은 출판 244년 만에 출판을 중지했다.
이제는 전자책과 전자신문, 전자뉴스, 전자소통, 전자기기…….음반이나 영화 역시 작은 플레이어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의 정서적, 언어적, 피부적 소통은 점점 단절되고, 디지털 기기에의 지나친 의존성은 인간성이 상실되는 주객전도를 유발해서 인간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KB(kilo byte)의 세계도 흡수하기 어려운데 1 MB(Mega Byte)의 생활에 끌려가려니 힘에 겨운 것이다.
페이스북만 열어보면 시공을 넘어서 시간여행으로 과거와 바로 접속이 되고 이메일로 간단하게 근황을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과 감정을 기계적 수치로만 카운트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감성의 존재이므로 아무리 초현대 우주시대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의 생에서 정서적으로 익숙한 아날로그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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