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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시인께

지난 연말에는 귀한 시집과 수필집 보내주셔서 그들과 함께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사실은 저도 백두산과 흑산도에서 집어 온 돌을 책상머리에 두고 있는데 걱정이 되네요.
유학 온 돌이라고 변명을 해보려 해도 내 욕심만 낸것같아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일전에 선생님 시집에 있는 이메일로 아래 글을 보내드렸는데 ....
다시 실어 봅니다.
혹여 제 글을 보고 싶으시면 인터넷 중앙일보에 오셔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오시면 오피니언 란에 이재상 베이브리지와 이재상의 사랑방에 있습니다.
새해에도 선생님의 좋은 글 기다립니다.

베이브리지
             2006년 성탄절에 생긴 일들
올해 대림절 동안 성경 쓰기는‘이사야서’였다. 작년에는‘요한 복음서’총 21장, 내친김에‘마르코 복음서’도 썼는데 16장에 불과했다. 이에 비하면 이사야 예언서는 66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22일 밤에 끝냈다.
그 동안 모임, 잡담, TV보는 시간, 성탄카드 보내기를 포기하면서 시도해 본 영적 다이어트인 셈이다. 난해한 장편 서사시를 힘들여 쓰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하늘로 다가가는 기도문처럼 느껴졌다. 삶의 본원적 문제에 대한 성찰, 구체적인 신앙에 대한 깨달음이 조금씩 스펀지에 물 스미듯 했으며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다는 생각도 언 듯 언 듯 생겨났다. 외형적으로는 수전증이 멈추는 듯, 조급증도 훨씬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23일 새벽, 함께 9홀을 라운딩 하던 목사님은 이사야서의 총체적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 거구나, 그랬었구나 깨달음으로 보는 금빛 구름, 잠깨는 베이 물결, 보랏빛 산등성의 기지개, 그리고 새떼의 선회와 지저귐은 천국처럼 느껴졌다
지난주엔 위스칸신에 사는 중학동창 부부가 다녀갔다. 의사인 그는 세계 오대주와 남극, 북극 마라톤 대회를 75번이나 완주했다. 미국 50개 주 마라톤 클럽회원 대부분은 50대에서 70대, Dan이라는 할아버지는 80세 이후 뛴 횟수만도 100번이 넘는다고 했다. 정신과 육체를 꾸준히 관리하면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얼마 전 까지도 미국 성당에서 기타 치며 성가 부른 친구는 매일 부인과 함께 아침저녁 몇 시간씩 염경(念經)기도를 바친다. 경지에 이른 모습이었다.
버클리 대학 방문교수로 와있는 중학 동창도 같은 신자다. 우리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 미사 후에 태평양 겨울바다에 나갔다. 세월은 우리들을 나이 들게 했지만 주님은 영혼들을 따듯하게 돌보아 주셨음에 감사했다.
24일, 이른 새벽에는 눈이 떠지더니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LA의  K시인 수필집을 펼쳐들었다. 그녀가 암을 이겨낸 감사와 소명의식으로 쓴 산문집이다. 몸의 주인은 마음이다. 편안한 마음이 편안한 몸을 만들며 항상 기뻐하고 또 기뻐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창출이라는 대목을 읽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오늘 새벽에 란이 신랑이 죽었데!”전화 받던 아내가 소리 쳤다. 처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간밤에 타주에서 몰려온 가족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잠든 후 숨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평소 당뇨와 혈압에 시달리면서도 굳세게 하루 담배 두 갑을 피웠었다. 추수감사절에는“아주 건강해”라며 밝게 웃었었다. 그게 나와는 마지막 대면이었다. 그는 집안의 온갖 것을 뜯어고치는 재주꾼이었다. 못 하나도 못박는다고 놀림 받는 나와 언제나 비교 대상이었다. 비교 당하는 것이 얼마나 큰 좌절감을 가져다주는지 그 예방책으로 늘 그를 기피해왔었나 보다. 그는 죽기 전날도 목욕탕 부품들을 사다 놓았다. 아침에 고쳐 주겠다는 말이 유언이 되었으니 마지막까지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떠났다. 주님은 쓸만한 사람부터 먼저 골라 가신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탄 아침미사에 가보니 몸이 안 좋은 젊은 형제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미사 중에 공동지향기도가 세계평화, 국가와 위정자를 위함일 때는 불만이다. 그것은 지도자들이 각성하고 자기들이 시도해야 될 온전히 그들 몫일 것이다. 그보다는 현대의술로는 어쩔 수 없는 형제들을 위한 기도가 더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사가 끝나자 CBS 리얼리티 쇼‘서바이버’백만 달러 우승자 권율이 앞에 나가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 성당에서 뛰어 놀던 그가 우리 모두들 살려낸 듯 자랑스럽고 기뻐서였다.
새해에는 조용하게 살고 싶다. 루이스라는 저명한 작가도 분주함은 죄악이라며 바쁘게 살다보면 삶의 본질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주님 말씀을 직접 듣는 친구 부인 수준에는 턱없이 미흡하지만 시끄러운 세상 소음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한다면 그분 느낌만은 감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내게 준 것은‘성경 쓰기’였다. 그것만으로도 영혼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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