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길 위에서 / 김영교

2017.07.15 20:14

김영교 조회 수:1030

꾸미기_꾸미기_AIMG_4681.jpg

길 위에서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공중의 새들은 보이지 않는 길을 날아간다

물 속 물고기들도 비늘 하나 다치지 않고

저들의 길을 헤엄쳐 다닌다


길 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길

필요해서 밟는 땅뙈기만큼 열리는 세상

길을 만들고 길을 넓히는 삶

그 한가운데서

잃은 듯 찾았고 

닫힌 듯 열린 그리고 끝인데 시작이었던 길


눈곱이 벗겨지고 나를 팔딱이게 한

빛살, 나를 관통한

마음이 캄캄한 바다일 때 등대는 길이었고

날개 없는 연약한 민들레 씨방일 때 바람은 길이었다

 

흙 내음이 번진다. 바람의 방향에 나를 맡긴다

들꽃이 피고 지는 길 위에서 함께 일어서는 힘

향기는 지천에서 나부낀다

 

지도에도 없는 땅 끝

그 험준한 길, 광야에 밤이 내리면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의 그 길

 

열리고 열린다

접힌 우산이 열리듯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0 창작 시 - 가을표정 4 - 호박 오가리 /김영교 [8] 김영교 2017.10.16 1118
589 창작 시 - 가을표정 3 - 밤과 한가위 /김영교 [4] 김영교 2017.10.13 1224
588 창작 시 - 가을 표정 2 -단감 / 김영고 [5] 김영교 2017.10.13 925
587 창작 시 - 가을 표정 1 - 대추차 / 김영교 [4] 김영교 2017.10.12 1055
586 수필 창작 - 꽃구경과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교 [4] 김영교 2017.10.12 1014
585 창작 시 - 그가 살던 마을에도 가을이 / 김영교 [5] 김영교 2017.10.10 918
584 수필 창작 -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1 - 2 / 김영교 [5] 김영교 2017.10.07 930
583 창작 시 - 날개와 지휘봉 / 김영교 [8] 김영교 2017.10.04 4346
582 창작 시 - 콩나물의 노래 / 김영교 [8] 김영교 2017.09.28 1023
581 창작 시 - 배경에 눕다 / 김영교 [6] 김영교 2017.09.23 1103
580 창작 시 - 들꽃 학교 / 김영교 [9] 김영교 2017.09.17 1217
579 중앙일보 이아침에 - 콩나물국밥과 손 글씨 - 김영교 [3] 김영교 2017.09.16 1074
578 창작 시 - 아주 쓸모있다 - 김영교 [2] 김영교 2017.09.06 914
577 창작 시 - 애초부터 나뭇잎은 / 김영교 김영교 2017.07.21 1014
576 창작 시 - 오늘 새 손님 / 김영교 [2] 김영교 2017.07.21 1014
» 시 창작 - 길 위에서 / 김영교 [4] 김영교 2017.07.15 1030
574 시 창작 - 나루터와 나룻배 - 김영교 [2] 김영교 2017.07.14 8956
573 수필 창작 - 오늘은 눈이 심장으로 / 김영교 김영교 2017.07.08 61
572 수필 창작 '생일'을 입고 그는 갔는가 - 김영교 [7] 김영교 2017.06.21 124
571 스마트 폰 분실, 그 상실과 자유-'이 아침에' / 김영교 6-2-2017 [1] 김영교 2017.06.07 7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63
어제:
254
전체:
673,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