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 그가 살던 마을에도 가을이 / 김영교
2017.10.10 13:23
파피꽃 아름다운 마을에 그가 살고 있었다
사람 파피꽃으로 피어
식당 손님이나 우리를 만날 때 늘 웃는 아름다운 모습이 그랬다
넓다란 평지에나 느린 언덕에 핀 자연스런 파피꽃, 그는
곷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시인친구 였다
오른 팔을 다친 장기 장애인이 돴을 때도
매일 새벽이면 새벽마다
만나러 가던 멕도날드씨
2시간 왼손으로 시를 쓰고
나머지 하루 22시간 온 몸으로 인생을 쓰는 시인이 였다
시를 되씹고
힘줄처럼 질긴 불경기를 씹다
그만 덜컥거리는 이빨을 속상해 하던 그 해 여름
지독한 치통을 겪었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인다운 시정신 때문에
켜켜이 다가가던 우리의 위로에 살포시 기대던
그이, 모습 한 가닥 바람에 나부낀다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식당문 들어서는 발길 뜸해
답답한 가슴
수압에 못견딘 생선눈알이 되어갔다
눈물이 이제 뚝뚝 떨어지고 ... 땀방울 시(詩)가 정신차리고 뚝뚝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
아! 시통(詩痛)임에야...
남아있는 왼팔을 막내딸처럼 사랑했다
어루만지는 그 마음 물밀듯 나에게도 밀려왔다
이웃 들꽃마저 글썽이게 만들었다
'세월 속에 숙성된 시어들, 그 힘으로 지붕을 떠받히는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불 밝히고 기다리는 고향집같은
아침 햇살 퍼지는 창살, 문풍지 다정한 낮은 미소의 문을 달고
따뜻한 아랫목, 아늑한 쉼이 있는 사랑의 집 한 체
시집(詩集)을 짓자, 친구여
이민 언덕에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 한 체 짓자, 친구여!'
김병현 시인 영전에
댓글 5
-
Chuck
2017.10.11 03:09
-
Chuck
2017.10.11 04:00
Ode to joy.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지상의 모든 꽃들은 그리 힘들게 피는 거지요.그리 힘들게 피어난 꽃이 한순간 져버리는 걸 보면 가슴 밑바닥이 서늘해집니다만.우리 생의 조건이 또한 그러합니다. 피해갈 수 없지요.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절절히 노래했듯,생의 환희와 비애가 한 꽃송이 속에 찬란히 얼룩져 있습니다.그래요, 사랑도 그러합니다. 만나서 사랑하기까지 한 송이 꽃이 피듯 우리는 피어나지요.만나면 헤어짐이 있을 것이고 사랑을 시작하면 끝도 있는 것이지요.헤어짐과 끝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사랑을 향해 움직여가는 이런 방향성,때로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정향성이, 바로 우리의 힘인지도 모릅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거나 헤어지거나 잊는 것이한참이라서 힘든 그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그런 스스로를 향해 파이팅! 외쳐주는 것.소리꾼 장사익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를 열창하여 보는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김영랑 시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를 국악 리듬에 맞춰 연주했다.노가수의 무대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한다 ( net. scrap ) -
김영교
2017.10.11 15:03
척척박사님:
나의 살던 교향도 아련하게 좋고
모란쏭의 장사익 추념공연 너무 절절합니다. 해금 반주도 넘 좋습니다.
-
Chuck
2017.10.12 04:30
미식축구 !
하프 타임(half time)중의God, how I love this song! -
Chuck
2017.10.12 09:42
Ode to joy.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김경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영화 안의
빨간 나무 지붕이 있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극중의 한 기혼 중년여인과 한 중년 독신남자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네.
그리고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헤어졌다네.
불륜의 사랑이었으므로
그러나 그것이 생(生)의 첫 번째 진정한 사랑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네.
일생 중에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 남자는 늙어 죽기 전에 그 여인에게
일생 중에 진정한 첫사랑이었노라는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품에 고이 안던, 이젠 백발이 성성해진 그 여인도
죽고 나서야 남겨둔 편지로 자녀들에게 고백했다네.
아름다운 불륜을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는 진실한 사랑을 위해
죽기 전까지 가슴 깊숙이에 간직하고만 살았던 그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내가 서 있네.
일생 단 한 번의 진실한 사랑을 위해
우리 사랑을 방해하던 검은 운명과 대결하러 가네.
하지만 거대한 힘의 운명에 형편없이 매만 맞고서
내 사랑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헤어지고
함께한 시간들만 추억하며 한없이 쪼그라드네.
그런 사랑은 끄기 위해 켜둔 촛불
밝지만 서러운 그 빛 안에서 피었다 지는 수선화였네.
사랑했던 마음들이 땅으로 추락한 여름 과육처럼 멍이 드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일생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진실한 사랑을 만나기 위해 서 있네.
그러나 단지 나무라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운명 때문에
내부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썩어가고 있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아프고 그 남자와 여자가 아프고
내가 아프고 내 애인이 아프고
그 사랑이 범인이고 세월이 공범이고 삶이 방관자였네.
영화 안에서나 영화 밖의 세계 속에서도
그 남자와 그 여자와 나와 내 애인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숨겨진 투명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네.
그러나 나는 아직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가 본적이 없네.
- 시집『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문학세계사, 1998)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국내에 맨 먼저 소개한 것은 1993년 출간된 소설을 통해서였다. 전재국 씨가 대표였던 ‘시공사’는 이 소설로 국내 최단기 100만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우며 대박을 쳤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5년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6년 MBC에서 유동근, 황신혜가 주연한 '애인'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당시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모 여성잡지에서 전국의 기혼여성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만약 당신 앞에 마음에 드는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면 연애할 용의가 있느냐’라는 물음이었다. 65%의 여성이 주저 없이 ‘오케이바리’라고 답했고, 20%는 경우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될 일이라며 손 사레를 친 여성은 15%였다. ‘간통죄’가 시퍼렇게 살아있던20여년 전의 일이다.
얼마 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종편'TV조선'을 보게 되었다. 시시콜콜한 세상사를 금액이나 백분율 따위의 수치로 따져 묻는 ‘인생 감정쇼 얼마예요?’라는 예능 토크쇼였다. 그야말로 술자리에서나 낄낄거리며 주고받을만한 저질스러운 내용들이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었다. 진행을 맡은 손범수 아나운서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조금 민망하고 치사할 수도 있는 얘기들을 끄집어내 다룬다"고 했다. 첫사랑에게서 돈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느냐, 첫사랑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일까 식으로 나가더니 느닷없이 '남자들이 평생에 걸쳐 외도하는 상대의 수가 몇 명일까라는 문제로 나아갔다. 출연자들의 설왕설래 뒤에 설문조사한 통계수치라며 내놓은 답이 평균 12.5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방송사에서 따로 조사한 수치가 아니라 지난해 한 보험회사와 성의학연구소가 성인 남녀 1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생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51%, 여성 응답자의 9.3%가 ‘외도 경험이 있다’고 답하면서 그들이 일생 동안 외도한 상대자 수를 50대 이상 남성의 경우 평균 12.5명,여성은 평균 4.3명으로 집계한 바 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성매매는 외도가 아니라 생각하고 여기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설문조사 특성상 사람들이 얼마나 솔직하게 응답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진실의 수치는 이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으리란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외도들이 그저 본능적 습관에 기인했을 뿐이겠냐는 점이다.
‘일생 중에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신기루와 같은 사랑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닐까 하는 선의의 의혹을 가져보았다. 우연이었지만 필연이 되고 만 로버트 킨케이트의 사랑처럼. '12.5명' 가운데 맨 마지막 상대는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고백했던 “살아오면서 그 많은 곳을 다녔던 것은 당신을 만나기 위함이며, 이처럼 확신에 찬 감정을 느껴본 것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는 진정어린 작업 멘트를 들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비록 종편은 흥미본위에서 출발하여 시궁창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으나 나는 그렇게 믿어주고 싶은 것이다.그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람이나 외도, 불륜이나 역겨움의 형식만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신비로운 일인 동시에 신의 축복일 수 있겠기에 말이다.(권순진)
내가 태어나고 동심이어렸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인데
이제는 꿈에서나 볼수있는 어렸을때 동심이어렸던
시골 이었는데 고향의 국민학교 동창들이 사진을 보내 왔네요
오늘은 왠지 모르게
고향이 그리워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