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길

2003.06.10 14:27

김영교 조회 수:727 추천:230

길 김영교

세상에는 길이 많습니다.
제 관심을 끌은 길은 만질 수 없는 길 쪽이었습니다.
눈길, 손길, 발길, 꿈길, 물길, 그리고 살길 등등
공중에 나는 새들은 보이지 않는 길을 날아가고
물 속 물고기들도 비늘 하나 다치지 않고 저들의 길을 헤엄쳐 감니다.
이 보이지 않는 길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었습니다.

길가는 사람에게 길은 필요합니다.

삶 한가운데서
잃은 듯 찾았고, 닫힌 듯 열렸고 끝인데 시작이었던 숱한 길들을 기억하지 않습니까?
일찍이 <길>로 오신 이를 만나 삶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등대는 빛의 길을 구체적으로 가시화 한 지상에 있는 빛길의 한 표상이며
민들레라는 보잘것없는 들풀에서 <의미>를 찾아
한 생명의 선교적 파송사역을 자연계시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람길(성령)이었습니다.

뷰 파인더라는 내 안의 새로운 눈뜸은 통로가 되었고
선택하도록 이끌어 주심은 관계회복이었습니다.
그 때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한치의 손상도 없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발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몰아의 시간 속에 계속 낮게 엎드리게 하셨고
밀착된 땅에서 스며드는 흙냄새에 취해 행복하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카메라와 심상에 사진 두장이 찍혔고
자연과 합일되는 바로 극치의 순간이었습니다.




등대
김영교
너와 나는 좋은 친구
나는 늘 빛이고
떨며 돌아 서 있는 너는
때 따라 어두움에 잠긴다
나를 찾는 너의 치열한 절규 앞에 내가 있다
너의 어둠이 나의 아픈 행복이다

나는 나팔이다
네가 잠든 캄캄한 바다
행여 짙은 안개가 널 좌초시킬까
너를 지키기 위해
밤이 새도록 불어대는 불빛 나팔이다

나는 길이다
네가 방황할 때 생명으로 안내한다
삶의 풍랑이 덮쳐오면
나는 네게서 눈을 뗀 적이 없어
네가 다가올적마다 언약의 빛을 쏴 너를 살린다.

어두운 삶의 바다에서 <생명의 빛>을 재창조하는 등대를 만난 기쁨을
뷰 파인더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량의 <선물> 이었다.


민들레 씨방
김영교

발이 없는 씨방이 안 가는 데가 없다
바람이 가는 길이다
광야에도 길가에도
옥토에나 자갈이나, 가시 넝쿨에도
차별 없이 데리고 간다

먼 땅에 날아 온 사람 민들레
낯선 기류 껴안고
구름 낀 하늘도 춤추며 날아 가는
가슴 조린 불면의 밤바다 건너
씨방 흐터져 날아 올라, 땅 끝까지 날아 올라
민들레의 지경은 넓어져 간
새롭게 열리는 우주
샛노랗게 피어난다.

디아스포라.

민들레라는 보잘것없는 들풀에서 <의미>를 찾아
한 생명의 선교적 파송사역을 뷰 파인더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람길(성령)이 펼쳐준 은혜였다.

더없이 흔하고 천하여 볼품없게 보이는
민들레
바람이 길을 내면서 받혀준
비상이
나를 가두는 모든 사고와 제도에서
드디어 놓아주었다.

자유,
모두가 <선물>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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