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다리미

2003.07.02 09:37

김영교 조회 수:437 추천:95

매일
밟혀
온통 구겨진 마음

눈물로 뜨겁게 달쿠어진
나의 다리미
오늘도 말없이
펴고 있습니다

매달려 있는 어깨 긴장과
소매 끝의 피로
매일 다려도
펴지지 않는 힘든 세월넘어

새벽마다 성전 뜰을 밟고
낮게 엎드릴 때
쓰래기통에 버리고 싶은
허물과 탐욕의 구석구석
골 깊게 구겨진 내 모습만 보여
온 몸으로 누르고 밀어
쫙 피면서
뜨거운 김 내 뿜으며
땀흘리며 다립니다

교통혼잡에 눌린 윗도리
마켓 주차장에서 멍든 바짓 가랭이
뒤집어 쓴 먼지 털고
빨아
날을 세워 다려
하루를 반듯하게
옷걸이게 걸어 놓습니다

환하게
외출이 입어줄 때
풀 멕인듯 기쁨이 아삭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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