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편도 여행♤
슬하에 자식도 없이
15년을 하루같이
남의 옷만 빨아 바쁜 세탁소 커플
친한 서울 친구가 보내준 왕복 비행기 표 들고
부인 혼자 짬을 내 서울 나들이 떠났습니다
도착한 그 다음 날
쓰러져
혼수상태에서 신음하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미국 집에도 못 돌아 온 채
그만 숨을 거두었습니다
살아 생전 친구는 힘들게 열심히 일했습니다
부자가 되어서도 '쉴'줄 모르고
좋은데 한번 가보지도
써보지도
베풀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날 내 모습 같아
가슴에 이는 회오의 바람을 잠재울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남긴 선물은
쓰는 것이 내 것이고
베푸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교훈이었습니다
인생 역시
숨쉬는 순간 순간이 연장이라는 편도 여행
그 깨우침 앞에
조그맣게 서있는 제 자신이
이제사 크게 보입니다.
-중앙일보 7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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