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식욕 / 성백군
물은 군침이 고일 때까지는
결코 서두는 법이 없다
둑을 허물고 도시를 삼킬만한 식욕이지만
배가 고플수록 먹거리 앞에서는 오히려 먹힌다
고도의 전략가답다
처음에는 상대에게
제 몸이라도 스스럼없이 나누어 주어
경계를 늦춘 뒤 먹기에 좋을 만큼 물컹해지면
흔적도 없이 한꺼번에 삼킨다
먹기에 달고,
듣기에 좋다고
단것이나 아첨하는 말,
조심해라.
과식하면,
당뇨병에 걸려 기능이 마비되고
사리분별을 잃는다
강바닥에는
스펀지, 걸레,
빗자루, 곡괭이,
쇠파이프,
심지어 다리 부러진 의자도 있지만
출렁출렁 뱃가죽만 몇 번 흔들면
그 검은 속내를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