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늘 지나던 그 골목길인데
그날은
평화롭던 마을에 처음으로 전쟁이 난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늘 지나던 그 골목길인데
그날은
늘 전쟁중이던 마을에 생전 처음 평화가 깃든 것 같은
그런 생소한 모습이었다
비에 젖은 가을의 전리품들이 패잔병처럼 흩어지고 있었고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한움큼의 알약을 삼켜버리고
위세척을 받은 뒤 병실에 들어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뒤돌아서는 가을은
저렇게 돌아서는 가을은
또 어느 낯선 곳에서
깔깔거리던 어린 소녀의 마디없는 고운 손에
핑크빛 알약을 한움큼 쥐어줄까
그래도
그래도 삶이 쉽게 접어지지 않는것처럼
고여드는 눈물 너머도 흔들리며 돌아서는 가을의 모습은
이토록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2006-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