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얼굴
이 월란
만져본다
가만히 다가오는 얼굴 하나
같이 웃고 같이 울어 내 얼굴 가져다 놓은 듯
내 못된 성질 다 받아 삭여내고도
아무일 없었듯 늘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한
시계처럼 늘 그 시간에
1년을 하루처럼 문 열고 들어오는
색깔 잃어가는 머리카락만큼
같이 잃어버린 시간 아깝지 않도록
언제든 돌아보면 손 내미는
엇갈리며 철없던 시절
한몸처럼 앨범안에 포개어놓고
불협화음 한소절 한소절 조율해 잠재워 놓고
화분에 물 주며
너처럼 말대꾸 없는 화초가 더 좋다며 웃고 있는
철따라 꽃을 갈아 심을 줄 아는
내 얼굴 다음 행동 알 수 없어도
그 얼굴 다음 행동 빤히 들여다 보이는
거울안에 나보다 더 잘보이는
내가 그 안에 살아온 것인지
그가 내 안에 살아온 것인지
묻지 않아도 대답이 되어 돌아오는
온종일 찬바람 맞고서도
나보다 더 따뜻한 가슴으로 돌아오는
잠든 그 얼굴 만지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200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