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거기까지
이 월란
실정맥 푸르도록 건너 온 강
변증의 세월을 걸러 마시며
광포한 바람의 즙액을 빨며
당신, 곁에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참으로 좋았겠다고
가루약 조제하듯 꿈을 바수어 갈아 마시며
곯은 뱃속에서도 욕지기마저 걸러내어
무릎을 꼿꼿이 세웠던 처연한 땅
그 아래 파묻힌 사람냄새가 그리워
그리도 그리워
울이 쇤 뒤안길에 사나운 공기
등골 웅크린 애완견의 두 팔 안에
이제는 순하게 눈 내리깐 사반(死斑)같은 것
그 사나웠던 시간들의 주소는 어디였을까
네비게이터 없이도 잘 돌아갔을까
망연히 휘저어 놓고 바람이 된 이름없는 것들
흩어진 꿈조각들에 발이 베이면서도
이젠 돌아가야 하는 길
저 살별의 시선을 따라
내 살아도 거기까지인것을
200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