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길
이 월란
바람의 길을 걸어보았나
먼 산 잿마루 동이 터오면
밤새 엎드린 신음 끌어안고
꼬리연처럼 멀어져가던 허공의 길을
햇살이 솜털처럼 거니는 거리
해풍에 실어 온
이름 없는 섬의 들꽃향기
빈 의자 위에 떨구고
굴렁쇠처럼 굴러가던 지상의 길을
적막히 가슴 여는
능소화 아래
두 손 모아 수족을 쓰다듬고
말간 입김으로 사라지던
길위의 길을
길 잃은 시선 거두어
귀밑머리 아래 살갑게 부딪혀 와
하늘의 말 전해주고
용서받지 못할 눈물자국 위로
연기처럼 떠나가던 하늘의 길을
200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