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거리의 시인들
이 월란
저것들은 저렇게 파일 없이도
허공에서 시를 쓴다
티티새의 부리가 읽고 가는
진공의 시어(詩語)들
글씨마다 천궁빛 언표가
하느작거린다
원색의 꽃비늘은 순한 미풍에도 몸을 열고
연(聯)마다 신의 은총 소담히 빌며
행간마다 푸른 눈이
젖어든다
심장을 내어 놓고 폐허를 덧칠하는
지구의 골목마다
청아한 애순 한줌씩 흩뿌리며
오지 않는 이, 매일 떠나 보내고도
환희의 경련으로 몸서리치는,
어둠의 능선 아래 가등으로 불 밝혀
바람으로 시를 쓰는
저 화려한 독무(獨舞)
200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