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월란
눕고 싶을 때가 있다
서슬 퍼렇게 달려들던 아귀다툼, 노을 속에 순하게 잦아들 때면
널러 빠진 잠자리가 아닌 솔아 터진 소파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눕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 산 레이스 화려한 잠옷이 아닌 보풀 가득 피어난 오래된 파자마를 입고
어느 날 한 평 땅아래 가지런히 누일 빈몸, 차마 낯설지 않도록
그렇게 눕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옮겨놓지 않으면 움직일 줄 모르는
내 하루의 간객으로 즐비하게 세워둔,
언젠가는 나처럼 버려질 가구와 장식품들이
참담히 고개 숙인 낯익은 길체마다
하나 둘 눈을 맞춰오겠지, 속삭여오겠지
살아 있음이라 눈시울 적셔 오겠지
물어뜯고 말리라던 그 날카로운 이빨들도
여섯 살 박이 아이의 젖니처럼 흔들리다
연륜으로 견고해질 영구치 하나씩 그 자리에 돋아나겠지
그렇게 가여운 몸짓으로 누워있다보면
내 안에 아픈 것들도 넉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로 마음을 내어 너그러워도 지겠지
치고 받던 그 극성들이 정적을 물고 최면을 걸어도 오겠지
구석으로 얼키설키 내몰았던 칡덩굴 반근(盤根)들이
몸 밖으로 하나 둘 걸어나와 타인이 되어 나를 바라보다
진솔 버선되어 반닫이 속으로 차곡차곡 걸어들어 가겠고
이유 없이 목이 말라 올 것이며 손발도 저려 오겠지
다 살아있음이라 세운 힘줄 다독이며 겨울바람에 부르튼 노숙의 마음
그렇게 녹이며 사는거라 한숨 꺾어 주겠지
잠재워 주겠지
200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