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근성 (견공시리즈 22)
이월란(09/09/05)
토비는
콩밥만 그릇에서 집어 먹는다
맛난 간식은, 그릇에 담아주면 꼭 입으로 물고 어디론가 간다
낮잠 침대가 있는 카우치 아래 아지트로 소복이 날라다 놓고 먹는다
누가 뺏어먹기라도 하는 양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하는 양
한 번도 빼앗긴 적 없지만 꼭 날라다 먹는다
거지근성이다
나는
자고나면 배고프고
아침 먹고 나면 점심 때 또 배고프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옆집 잔디가 더 푸르러 보여
해 뜨면 눈뜬 장기마다 허기진다
아지트에 소복이 쌓아 둘 맛난 간식을 찾아 헤맨다
거지근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