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집 3
이 월란
떠나기 위해 키가 자라고
떠나기 위해 머물던
그 곳엔
작살 꽂히듯 장대비 쏟아져
춘하의 경계를 허물던 어미의
붉은 화단이 자라고 있었지
지아비의 묵직한 관이 떠나던
그 날 까지 철 따라 심은 꽃
철 따라 꼭 저버리던 집
그녀가 지은 하얀 밥만큼
아카시아 꽃이 피고
우리가 먹어치운 밥만큼
하얀 목련이 지던 집
불협화음의 양금 소리 담장 아래
민꽃처럼 지금도 번식해 있을
철거되지 못하는 적막한 유년의
내 아름다운 무덤
파장이 다가온 스산한 장터처럼 한 해
두 해 인기척이 줄 때마다
기억이 보수공사를 하고
저녁이면 밤을 차려 놓고 햇살을
받아 먹고 아침이면
작은 혁명이 우릴 일으키던 그 땐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던
그 집 앞
쓸쓸해지는 날 마다 가끔씩
빗돌처럼 서 있는 그림자
하나 있대지
200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