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9
어제:
463
전체:
5,065,709

이달의 작가
2008.06.24 13:27

나에게 말 걸기

조회 수 299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에게 말 걸기


                                                                      이 월란



꼼짝없이 서러울 때
살아 왔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저기 저어기 걸어가는 순례자의 뒷모습 가득
물살처럼 번지는 하늘의 그림자
조각 조각 퍼즐처럼 부서져 내리는 몸살이
내 속으로 고스란히 걸어 들어오는 시간
장거리 여행 후의 멀미 같은 것이, 해저를 도는 어질증 같은 것이
창살 두른 가슴에 집으로 돌아 온 듯 들이닥쳐

  
잠자는 세상의 숲, 그 숲 속으로 푸드득 날아간 흉조 한 마리
밤길 가로등이 훤히 드러낸 빗금처럼 긁힌 가슴 한 줄에 앉아
입을 틀어막고 엎드려, 아직도 말 할 수 없는 저 풍경들을 지나서
은암같은 죄업을 진 만지면 날아가는 사람들, 들불 놓고 가면
심장 가득 폭행처럼 불 지르고 가면


천년 만년 발음을 익히지 못한 나를 종일 바라보며
칩거 중인 마찰음과 비음 사이 초록 이끼들이 발을 뻗어
입 아래 고목같은 몸이 있어 만져보니 주먹바위처럼 단단하다
독오른 뱀같은 붉은 입술이 두려워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해
옥고를 치른 피폐한 계절의 틈서리
입 안에 무수한 가시들이 나를 찌른다
돌담 밑에 꽃 피는 소리만 자지러지는데

                                                                  2008-06-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62
470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4
469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335
468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7
467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2
»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9
465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87
464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11
463 이월란 2008.06.20 198
462 P.T.O. 이월란 2008.06.19 213
461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6
460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34
459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10
45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5
457 수신확인 이월란 2008.06.15 212
456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5
455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60
454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80
453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7
452 핏줄 이월란 2008.06.10 248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