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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7.13 14:18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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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이 월란




현관 앞에서 오래, 오래 전부터 창을 가려온 키작은 나무의 가지치기를 해 주었다. 창 앞의 나무는 창을 가려선 안된다. 그 자리에 서 있되 주인의 창을 감히 가리면서까지 자란다면 없는 것만 못한 것이다. 항간의 주인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품고 가윗날을 폭군처럼 휘두른다. 비명 한 마디 흘리지 않고, 허연 가지 속을 혈맥처럼 훤히 드러내 놓고 가윗밥처럼 툭, 툭, 떨어져 내린 적이 우리, 있었던가.


정당한 꽃을 피우고도 거래가 없다면 더 이상 꽃이 아니다. 세상의 꽃은 가지가 피우지 않는다. 저 단호한 황금의 진실 한 장으로 피고 지는 것이 신기루같은 저 세상의 꽃이다. 저 해시(海市)같은 공중누각 한 뼘 지으려 선지향을 따라 번뜩이는 짐승의 눈빛을 우리, 갖게 되지 않았던가. 서열이 되고 원칙이 되는 저 냉혹한 기준 아래 스스로 마소가 되어 코를 꿰는 우리들. 허빈 가슴 송두리째 약육강식의 좌판에 내어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  


서러운 기억들이 자갈처럼 깔린 너덜난 가슴을 닦아 길을 내자. 그 길 위에 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자. 세상의 피비린내가 이미 나의 체취 만큼이나 익숙해져 있을지라도 영원히 웃자란 가지가 가리지 못할 영혼의 창, 가슴을 지나 너의 눈높이 쯤에 훤히 하나 뚫어 놓고 어느 누구의 가윗날로도 떨어지지 않는, 영원히 지지도 않는 천상의 꽃 한 송이 너와 나의 가슴길에 오늘도 의연히 피우자.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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