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Body of lies 란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첫눈이 왔다. 눈(雪)이 눈(目)에 들어갔다. 눈물이 났다. 눈(雪)물일까? 눈(目)물일까? 피투성이 영화도 거짓말, 칠일 중의 이틀이란 주말의 여유도 거짓말, 유유자적 걸어다니는 이 자유도 거짓말, 중요한 것들을 모두 잊어버린 너와 나의 하루도 거짓말, 그 하늘 너머로 오늘도 무사히 해가 졌다는 것도 거짓말, 걸어온 발자국들도 거짓말, 쌍초롱 달린 두 눈에 언젠가 흙이 들어간다는 것도 거짓말, ‘나 사랑하지?' '응, 사랑해'도 거짓말, 사랑을 지탱해가는 모든 것은 형체 없는 거짓말, 10월 중순의 첫눈도 거짓말, 이렇게 뻔질나게 적고 있는 詩도 허가 받은 아름다운 거짓말, 거짓의 실체가 말갛게 녹아내리고 있다.
 200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