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작(改作)
이월란(09/03/18)
괜찮은 작품 몇 개를 보내달란다
손을 좀 봐서 보내란다
전혀 괜찮지 않은 인간에게 괜찮은 작품이 어디 있겠나
나도 그 손인지 발인지가 보고 싶어 아무리 찾아봐도
나의 시들은 손이 없다
건축보다 힘든 보수공사
모조리 헐자니 뼈대가 아깝고
그냥 두자니 성한 곳이 없다
행간마다 물이 새고 자간마다 흔들린다
나 싫다고, 나 밉다고
훨훨 떠나가버린 옛애인을 구차스럽게 찾아온 이 기분
슬슬 작업 걸다 또 바람이라도 나면 좋으련만
벗겨진 콩깍지들 사이로 바람처럼 떠도는 침묵
한 순간 죽고 못살던 시 한 수, 날 빤히 쳐다본다
정 떨어진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