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페로몬
이월란(09/03/20)
국적이 다른 땀방울도 송송 열매 익어 샅샅이 먹혀버린 나는 진귀한 요리. 미지를 더듬는 레이더망에 걸린 산낙지같은 몸이 거울입 속에서 허우적댄다. 어기기 위해 약속했고 부수기위해 맹세했던 눈동자도 펄펄 살아 있다. 산발한 머리칼의 정보를 반사시켜 반항하는 아이 손등에 박힌 파편보다 더 황홀한 고통으로도 삼켜내고. 내장의 외투막을 뚫고 오감이 의논하는 소리. 조각조각, 야금야금 감지되던 나의 이목과는 다르다. 단칼에 베듯 나를 읽는다. 아말감의 벽을 뚫고 반사광의 동굴 가득 밀항의 시야가 끝없다. 반에 반도 읽지 않고도 너를 다 읽었다고 덮어버리던 사람도 조목조목 비춰주겠지.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한 자만을 한순간에 비웃어버리는 저 번쩍이는 포식자. 산채로 먹혀버린 나는 맛있는 구경꾼이다. 거울의 맥박이 전신으로 뛰어다니는 후광 속 동트는 냄새가 반짝, 눈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