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임신 3
이월란(10/04/22)
아이를 두 번이나 가졌었지만 단 한 번도 입덧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 TV에 나오던 예쁜 여배우들의 입덧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 웨엑웨엑 흉내라도 내보았지만, 뱃속의 아이가 보내오는 탯줄 속 모스부호는 식탐으로만 해독되어 아이도 나도 토실토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만 했었다. 가임권장기간이 마감된어버린 요즘 가끔씩 입덧이 난다. 토사물들은 하나같이 내가 삼킨 것들이 아니었다. 그럼, 내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란 말인가. 세상에 겁탈당한 순간들이 한 번씩 뱃속에서 알을 품을 때마다 으읍, 입덧 같은 욕지기, 아이를 닮은 꿈이 구토를 한다. 도무지 궁합이 맞지 않는 꿈이 수태될 때마다 실감나는 입덧이 얼굴 없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