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10/06/05)
춘천으로 가는 우등열차, 예매 없이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청량리역 시간열차는 강촌으로 가까워지면서 촌과 촌을 잇고 사는 강이 되어 내 속으로 흐른다 끝없이 새끼를 쳐둔 산들을 어르며 달리는 기차는 어린 날 두려움 속을 기어오르던 케이블카 같다 분명 땅 위를 질주하는데도 두 발에 흙이 묻지 않았다 종착역이 하늘일 것만 같은 가벼운 질주, 무릎 위에 놓인 시들이 내 눈을 거치지 않고도 차창마다 전자책 모니터처럼 넘어가고 있었다 현실에서 꿈으로, 꿈에서 다시 현실로 환승 중, 국적 없는 도시를 낙하산처럼 내려오자면 발이 가벼워져 땅에 잘 닿지를 않는다 눈 감으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수만 개의 날개를 쓰다듬으며 착륙을 시도 한다 역사驛舍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행로로 이어진 귀여운 간이역, 승차권은 여기에 반납 하세요 두 어 시간처럼 달려온 사십 오년의 세월을 철로 끝 수거함에 떨어뜨린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거기, 전생의 애인이 남이섬처럼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