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
이월란(10/06/16)
기억하세요?
우리, 서로를 먹어버릴까요
그 맛이 그 맛인 외로운 식탁 위에서
우리, 서로를 홈빡 적셔버릴까요
마른 옷 매일 갈아입는 아침햇살 아래서
우리, 서로를 탕진해버릴까요
목숨마저 적립하며 살고 싶은 지상에서
우리, 서로를 부숴버릴까요
건설의 장도리가 춤추는 신도시에서
우리, 서로를 불태워버릴까요
승부만이 환생하는 사각의 링 위에서
우리, 같이 망해버릴까요
눈부시게 번창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우리, 서로의 혀를 잘라버릴까요
호화로운 언어가 판을 치는 백지 위에서
우리, 서로의 손목을 꺾어버릴까요
추억마저 검색 당하는 자판 위에서
우리, 서로의 두 발을 묶어버릴까요
역세권 환승 주차장 같은 대로 위에서
우리, 서로의 어깨를 주저앉혀 버릴까요
KTX처럼 질주하는 세월 속에서
우리, 서로를 거덜 내 버릴까요
밑천 없이도 굳건한 사람의 영토에서
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