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로 가는 차
이월란(2010/10)
운전 초급생 시절
기름도 채우지 않고 차를 끌고 다닌 적이 있었다
기름을 넣지 않아도 차가 가는 줄 알았다
남편이 매번 넣어 주었으니까
기름이 똑 떨어지고 차가 멈추었을 때
네가 날 바보로 만들어 놓았어
출장 중인 그를 원망했었다
하나님은 왜 매번 나 몰래 기름을 채워 주시는 걸까
나도 한 번쯤, 딱, 멈추고 싶고 그리고
그 정지된 순간에
삶의 뒷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