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래그 2
이월란(2010/10)
분침과 초침의 가랑이가 스치고 벌어질 때마다 흥분과 권태가 바통을 주고받는다 갈 때 잃었던 열여섯 시간을 올 때 고스란히 돌려받으면서도,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발품 팔지 않고 거저 건너면서도, 이 섬에선 저 섬에서의 것을, 저 섬에선 이 섬에서의 것을, 그저 잃어버렸다는 착각에 스스로 주인 잃은 신분증이 되었다 되찾아야 할 분실센터로 돌아가는 유실자의 두 다리, 꿈의 아기를 상상임신 한 임산부처럼 맞울림에 만취한 주정 같은 세월로도 해산하지 못한 늙은 아이는 뱃속에서 이빨이 새싹처럼 돋고 온갖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별빛 아래 배가 고프면 태양의 입덧 같은 토사물을 핥아먹으며 다시 집으로 가는 길, 반섬 가득 말소되어버린 꿈들은 홀로 장성해 있는데 시간은 나를 버린 지 오래였다 내가 버리면 네가 줍는 땅, 제로섬zero-sum으로 가기 위해 무거운 숫자들을 등에 지고, 품에 안고, 바다에 푹푹 빠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