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유
이월란(2010/10)
붉은 삐라 같은 꽃들이 뿌려져 있는 길 위에
공산당원처럼 서 있었네
투고였나, 기고였나, 의뢰 받은 기억이 없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원고처럼
자본주의의 노란 완장 아래 시냇물처럼 흐르는
금맥을 따라 사람들은 골드러시를 재현하고
나를 흘러 자유한 땅으로 간다던 모래알
매독에 걸린 화석이 되어
천국의 별처럼 말라붙어 있었네
체포영장 같은 바람이 부는 골목마다
단 하루도 용서하지 못해 폭로해 버리는 세월
콧대가 내려앉은 영웅들은 살얼음 낀 두 눈을 번뜩이고
누군가 빼앗긴 제로섬 위에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꽃들은
부르주아의 계급장을 달고 자선사업 하듯 피어 있었네
프롤레타리아의 풍물처럼 자꾸만 웃음이 나는데
독거노인 같은 하늘이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