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조림
이월란(2011-7)
soft, medium, firm
고를 때부터 흔들리게 한다
생식용, 찌개용, 부침용
썰 때부터 뭉클하게 한다
먼저 구워내야 하는 그 숨겨진 내공은
흉내 내기 좋아하는
현모양처의 속내 같아서 좋고
따끈하고도 말랑한 육질은
꿈꾸기 좋아하는 속살 같아서 좋다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은 딸 부잣집 지붕 밑
밥상 위에 육삼빌딩처럼 쌓여 있던 도시락들
엄만 대체 두부를 몇 모나 굽고 조리신걸까
햄버거나 피자를 먹다가도 혀가 추억하는
고소하고도 비릿한 유년의 냄새
하얀 밥숟갈 위에 얹힌 거기선 늘,
엄마의 축 쳐진 가슴 냄새가 나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