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강
이월란(2011-7)
가는 길이 멀어서 난해해진
우리는
오는 길이 깊어서 혼잡해진
우리는
마주보는 그림을 그리는 붓 사이
허드렛물로 쌓은 계단이 자꾸만 허물어져
오는 것은 보이지 않았는데
가는 것은 선명했어라
휘프노스의 동굴 속으로 침상을 옮기고도
눈먼 아기가 자꾸만 태어나
푸른 물줄기만큼이나 거침없었어라
망각의 샘에 매일 몸을 담그고도
새벽 같은 기억만 밝아
내가 물처럼 흐르면
멀어서 묽어지는 당신
내가 강처럼 길어지면
깊어서 투명해지는 당신
그래서 뭉클해진 당신 앞에서
나는 적막한 커튼을 내리고
눈물이 되어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나를 떨어뜨려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