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감상 - 이윤홍 <아버지>

2003.05.16 01:17

문인귀 조회 수:344 추천:16

아버지


이윤홍


아랫목에서 주무시다
하나씩 둘씩 밀치고 들어서는
녀석들에 밀려
윗목에서
자기 몸 껴안고 주무시는 아버지
막내가 떠다미는 통에
문밖으로 떨어졌다

자기 몸 추운 것을
녀석들 추위로 알고
온 집 통째로 껴안고 주무시다
동 틀 무렵
고뿔 걸린 시뻘건 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시는 아버지.


******************

우리에게 아버지는 누구일까? 무엇이던 좋은 건 "아빠 먼저"라는 엄마의 아빠우선주의(?)로 세워진 권위를 누리시는 분이 아버지인가? 그렇지 않다. 말없이 행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에 가정은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아들들이 그 아버지의 생애를 통해 또 하나의 아버지의 삶을 배워 가는 것이다.
이윤홍시인의 이 詩, <아버지>에서 단편적이지만 우리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는 아랫목을 차지하는 데서 그의 권위를 확보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내 주는 데부터 그의 권위가 시작된다. 추위 때문에 무의식 적으로 웅크려드는 자신의 생리적인 현상을 자식들 몸 추운 것으로 알고 온 집을 통째로 끌어안아 데우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절대적인 의무감(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은 감기가 들어 벌겋게 신열이 올라도 자식들을 살피는 우리들의 아버지. 아름다운 시이다.

- 문인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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