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감상 - 김남조 <국기>

2003.06.04 01:51

문인귀 조회 수:340 추천:9

국기

김남조

전쟁으로 한 도시가
무너질 때
그도 장렬히 죽는다
보이지 않는 금속의 발판 위에서
한사코 품에 안아 지키던
그의 성스러운 연인을
경건히 땅 위에 뉘이고
제 몸을 덮는다

모든 나라에서
그는 오로지 숭엄하고
빈사의 도시들이
기어이 다시 살아 몸을 일으킬 때
그도 그리스도처럼 부활하여
신성한 연인을 안고
소슬한 공중에
필연 복귀한다


누구나 자기나라의 국기를 향해 경의(敬意)를 갖는 것은 국기가 지니고 있는 국가개념의 상징성 때문이다. 국기는 하늘 높이 펄럭이며 그 나라의 존재를 이웃에 당당하게 알리고, 국기는 그 나라 사람 하나 하나의 가슴에 심겨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한데 모아 힘을 만들어내며, 국기는 나라가 망하는 날, 나라와 함께 땅에 묻히는 운명을, 그리고 나라가 다시 세워지는 날, 나라와 함께 다시 일어나 드높이 펄럭이며 나라의 존재를 당당하게 알린다.
김남조 시인이 최근 발표한 이 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국기(國旗)의 숭엄(崇嚴)함과 국가(國家)의 장엄(莊嚴)함을 되새겨본다. 특히 두 번씩이나 외세의 침략에 나라를 잃었던 우리들의 현실을 망각하고 있는 고국의 몰지각한 이들의 반국가적 발언과 행태들, 크게 걱정이 된다.

-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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