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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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수필
2003.08.08 12:04

동거-결혼-이혼

조회 수 9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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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인 10 여년전만해도 내 주위에 이혼한 분들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도 흔하게 이혼 운운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이혼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도 이혼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후로는 괜히 그런 분들한테 눈길이 가곤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그 참 그럴 수도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촌스럽게 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은 이혼도 그렇지만 결혼 전 동거에 대해서도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져간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엔 결혼 전 동거라 하면 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쯔쯔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결혼이라는 형식을 너무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거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혼 전 성관계는 못된 것들이나 하는 것이니까 대충 알고도 쉬쉬 하면서 그렇게 결혼을 진행시켜 왔던 게 아닐까 싶다.

연애결혼을 했던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동거는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애정표현은 요즘 젊은이 못지않게 하고 지냈던 것을 느낀다. 사실 그런 애정이 있었기에 결혼까지 갈수 있었을텐데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들은 그때의 젊은이 답지 않은 아주 조신하고 순결한 아들딸로 믿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단 결혼하면 현실적으로 좀 괴로워도 그냥 끝까지 살아주는 것이지 뭔 간크게 이혼을 하느냐고 하셨다.

내가 미국에 와서 주위에 이혼한 한국인의 경우와 미국인들을 보면서 많은 차이점을 느낀다.
미국에 살면서 나의 가까이에서 본 한국인 케이스로는 함께 성경공부를 한적이 있는 분인데 남편이 의사였다. 그녀는 유학생으로 미국 왔다가 남편이 의사가 되기까지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남편이 미국인과 결혼한 적이 있는 한국부인과 사귀게 되면서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함께 아들셋도 나 몰라라 하는 그 남편은 생활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서 그녀는 참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가 막힌 사연을 그 성경모임에서 솔직히 털어놓고 기도를 부탁하곤 하던 그녀, 그 남편이 가끔 집에 들리더라도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인의 케이스로는 나의 아들이 중학교 다닐때, 한 아들친구 녀석은 아빠가 세명이었다. 학교에서 라이드가 필요할 때면 세 명의 아빠가 시간이 되는 대로 픽엎을 해주는 것이었다. 아빠 세명은 그리 멀지 않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한명은 친구아들 엄마의 첫번째 남편으로 진짜 아빠였고 두번째는 재혼했다가 이혼한 아빠 그리고 세번째는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아빠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아들친구의 편의를 위해서 마음을 써준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나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을 보면 이혼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우리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 이혼이라는 단어의 미국적인 느낌은 다른 인생의 선택이고 한국에서의 이혼의 느낌은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문신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요즘은 한국인들도 미국인들과 비슷한 사고로 변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역시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이혼 후유증은 참으로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너무 어린 나이만 아니라면 결혼 전 살아보는 것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결혼 전 몇 달씩 또는 몇 년씩 살아보고 결혼하는데도 이혼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것은 왜일까?
같이 살아보고 결혼하기 문화, 헤어졌을 때 손해와 이익을 따지지 않고 결혼에 실패한 사실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긴 너무도 힘드는 일이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구구단 빼고는 인생의 정해진 원칙은 없다고 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자.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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