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연가/오연희
스산한 가을밤
딸래미가
아빠랑 꼭 가보라며 귀띔해 준
맨하탄 비치에 갔다
서늘한 바람
가슴 한 구탱이 구멍 하나 뚫고
휙
지나간다
애쓰지 않아도
온몸 세포마다 날이 서던
열정의 나날
바다는 여전한 소리로
으르릉 대는데
나날이 잦아드는 유한한 내 모습
무릎 꿇는다
구멍 난 가슴끼리
더 깊이 포개는 일
바다에 맞서는 유일한 길 임을
딸래미가 갈켜 준
맨하탄 비치에서 알았다
2003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