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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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랑의 욕심

2003.12.01 21:56

뜰기 조회 수:30 추천:3

몇 일전 외국영화를 주로 방송하는 어느 한 유선방송에서 서바이벌 천생연분이라는 프로을 방영했다. 내용상으로 보면 미국에서는 몇 주간에 걸쳐 방영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미모의 한 여성이 결혼 상대자를 공개적으로 구원하는 프로그램인데 25명의 남성후보자 중에서 점차 떨어져 나가고 8명의 후보자가 남았다. 때로는 그룹미팅을 때로는 1대1미팅을 하면서 또 4명의 남성후보자를 고르는 일이다. 핸섬하게 생긴 소방관 한 후보는 1대1 미팅에서 그녀를 위한 시 한편을 정성 들여 써서 낭송했다. 황홀해진 그녀는 그 후보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냈고 후보는 이마에 키스로 보답을 한다. 두 번째 1대1 만남에서 그 후보는 시를 써오지 않았다. 그녀가 왜 시를 써오지 않았냐고 묻자 나보다 시를 더 좋아 할 것 같아 써오지 않았다고 유머를 보낸다. 또 한차례 진한 사랑의 모습을 보였는데 그녀는 그 후보뿐만 아니라 8명의 모든 후보들의 열정적인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화자를 탄복하게 한다.

. 이제 4명의 후보자에게 장미 네 송이가 전달되는 시간인데 그녀는 고통스런 모습을 보이며 사회자에게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 송이 두 송이 가 전달되고 세 번째는 많은 고민하더니 소방관 후보에게 장미가 전달되었고 그녀는 시 때문에 선택한 것이 아니라며 유머도 보냈다. 4번째 송이도 전달됐다. 탈락된 나머지 후보들에게 일일이 위로의 키스를 하며 어떤 탈락자에게는 장미가 5송이면 당신 차례였을 거라고 위로하며 5위까지 결정하는 그녀의 사랑욕심에 또 한번 탄복을 하고 만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5-6학년 때의 일이다. 같은 반에서 제일 예쁘다던 여자아이로부터 엽서를 받았는데 내용인즉 너는 3번째야 지금 첫 번째 친구와 사귀고 있지만 조금만 날 더 좋아하면 너도 희망이 있으니 날 좋아하는 맘 변치 말라는 메시지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나도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순위나 정해 볼까? 그럴 만도 하다. 일부일처제가 아니라면 몇 명의 여인들과 사랑을 나눌 테니 자연히 순위가 정해지겠지.

그녀는 장미를 준 4명의 후보들의 가족들과 일일이 만나고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또 한 명을 탈락 시켜야 하고 나중에는 한 명만이 남는 프로다 . 끝까지 프로그램을 다 보진 않았지만 그녀는 소방관의 가족들과 만나고 동료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꿈같은 여행으로 둘만의 데이트를 한다. 초원이 있는 벌판에서 단둘이 뒹굴고 열열히 키스를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그녀에게 깊게 빠진 소방관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을 너무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꿈같은 데이트가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 그는, 그녀가 나와 같은 시간들을 다른 후보들과 똑같이 지낼 것을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이 미칠 것 만 같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다른 후보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모두를 사랑하는 그녀를 보며 잠시나마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자신이 있을까 반문 해 보았다. 사랑의 욕심은 끝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