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을 찍으며 / 오연희


원죄까지 캐 낼 수도 있다는
무언의 압력
깊고 차가운 시선의 지문 인식기
그 앞에 서다
지긋이 눌러둔 크고 작은 잘못은
어정쩡한 웃음으로 가리고
가장 순한 표정으로
두 손 가지런히 내 놓는다
-나도 이민자 입니다-
증명이 필요 없는 히스패닉 여성의
거친 손길
흑인지 백인지 명명백백 밝히겠다며
마구 나를 찍어낸다
저 소용돌이치는 밭고랑이 나를 증명해 줄까
억울하게 추방당한 이민자들의 사연이 떠올라
손이 움찔한다
적절한 포즈를 취하지 못한다고 툴툴대는
그녀의 몸짓
손에 힘주지 말라는 음성에
힘이 들어있다
험한 죄 지은 적 없으니
이 땅에 살게 해 달라고
마음으로 모으는 손
울컥,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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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동포들의 애환과 아픔이 물씬 풍기며 찡하게 다가온다.
시적 이미지가 간결하고도 강하게 묘사되어 울컥,
함께 서러워지는 시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