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10:47
앙리 미쇼(프랑스어: Henri Michaux, 1899년 5월 24일~1984년 10월 19일)는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 시인, 작가, 화가이다. 미쇼는 기이하고 독창적인 시와 산문으로[1] 유명하며 예술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1978년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기도 했다. LSD와 메스칼린을 이용한 환각 실험을 기록한 그의 자서전으로는 Miserable Miracle과 The Major Ordeals of the Mind and the Countless Minor Ones 등이 있다.[2] 또한 미쇼는 독특한 여행기와 미술 평론으로 유명하다. 미쇼는 평화로운 인물인 플륌(Plume)에 관한 이야기로도 유명하다.[3] 플륌은 문학사상 가장 모험심이 없는 영웅이자 많은 불행을 겪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쇼의 시 작품은 프랑스에서 여러번 재출간되었으며, 프랑스 문학의 주요 시인들과 함께 연구되고 있다. 미쇼는 1955년에 프랑스 시민이 되었고[4] 여생을 파리에서 보냈다. 그는 당대 프랑스의 다른 문학계 거장들과 루마니아의 비관주의 철학자인 에밀 시오랑과 친구가 되었다. 1965년 미쇼는 한 해 동안 프랑스 문학에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그랑프리 내셔널 데 레트르(Grand prix national des Lettres)를 수상했지만, 그는 평생 동안 받았던 모든 영예와 마찬가지로 이 상도 거부하여 받지 않았다.
평화로운 사람 앙리 미쇼
침대 밖으로 손을 뻗치다가, 쁠림므는 벽이 만져지지 않아 깜짝 놀랐다. "이런, 개미들이 벽을 먹어치웠나 본데 ······"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잠들었다.
얼마 후에 그의 아내가 그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거 봐요, 게으름뱅이! 당신이 잠에 빠져 있는 동안에 누가 우리 집을 훔쳐갔단 말예요."사실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쳇, 이젠 끝장이군." 그는 생각했 다.
잠시 후에,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전속력으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기차였다.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니, 분명히 우리가 움직이기도 전에 도착할 거야" 하고 그는 다시 잠들었다.
그 다음에 그는 추위 때문에 잠을 깼다. 그의 몸은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아내의 살덩이 몇 조각이 그의 옆에 널려 있었다. "귀찮은 일들이란 언제나 피투성이가 되어 생겨난다 말야. 기차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해 있을 텐데, 그렇지만 기차가 이미 지나갔으니......" 그는 다시 잠들었다.
"여보쇼" 판사가 말했다. "당신 부인의 몸이 여덟 동강이가 될 정도로 부상을 당했는데 그 옆에 있던 당신은 사건을 막으려고 애쓰지도 않고 또한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겠소, 알 수 없는 노릇이군. 사건의 전모는 바로 이 점에 있어." "이런 형편에서는 난 판사를 도울 수가 없어." 쁠림므는 이렇게 생각하고 는 다시 잠들었다. "사형집행은 내일이오. 피고는 더 할 말이 없소?" "미안하지만, 난 이 사건의 전말을 모르겠습니다" 그리곤 그는 다시 잠들었다
어떤 세계에서나 쓸 수 있는 문자 /김안
시인이자 화가인 앙리 미쇼 (1899-1984), 김춘수는 '앙리 미쇼의 시를 읽으면 나는 가끔 비공鼻孔 깊숙이 스미는 뭔가 탕쳐버린 듯한 소금의 씁씁한 그 냄새를 맡고 그 맛을 본다 (「젓갈」)' 고 했다. 또 김현은 미쇼의 시에서 두 가지 독창성을 읽었는데, 일상성/비일상성의 대립을 열린 상상력에 의해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과 그 열린 상상력이 날카로운 자기 성찰이라는 지적 조작을 거쳐 논리화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 시「평화로운 사람」은 김춘수와 김현의 의견을 수긍케 하는 시며, 그의 시 중 쉽게 읽히는 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인터넷에서 구한 미쇼의 미술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인지 문자인지 알 겨를이 없는 검은 형체들이 나열되어 있는 그의 미술 작품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 검은 형태들은 꿈틀거리는 존재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역동성, 혹 생명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밟혀 죽은 벌레의 메마른 꿈틀거림의 혼적, 죽은, 그러나 죽지 않은 존재의 깊은 꿈틀거림에 가깝다고 느낀다. 이런 그의 미술 작품이 추구하는 바는 그의「문자」란 시에서 알 수 있는데,
서릿발 같은 죽음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존재 의 깊이를 바라다보았다
쌀쌀한 이 시선과 몸서리나게 마주치자,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은 다 사라졌다
그러나 사자死者 까지도 털어놓을 수 없는 어떤 것을 붙들어 볼까 하고 나는 존재를 뒤졌다
그것은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일종의 문자로 축소되었다 다른 세계에서나, 어떤 세계에서나 쓸 수 있는 문자로
와 같다. 즉 그의 그림의 검은 형체들은 존재를 뒤져 나온, 다른 세계에서 나, 어떤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문자인 것이다. 외국 시 읽기가 그림 읽기로 되어버렸지만, 그의 그림과 시가 같은 연장선상에서 중폭되고 있고, 그 두 개의 작업들은 온 존재를 뒤져 사자死者의 세계마저 뛰어넘는 존재에 대한 탐구이다.
너무나 평화로운, 사람 쁠륌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솟아나는 아이러니와 유머는 사뭇 매력적이다. 대체 개미가 집을 먹은 것이, 누군가 집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이 비현실들은 현실 속으로 녹아든다.
쁠륌므는 깃털과 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내 자전거에게 붙여준 이름 역시
쁠륌므이다.
#김안시인
#2004년현대시로등단
[출처] 평화로운 사람 /앙리 미쇼|작성자 이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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