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39
어제:
307
전체:
1,368,166

이달의 작가

劉廷芝(유정지)의 詩

2025.01.13 10:39

오연희 조회 수:14

유정지는 당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자는 희이(希夷)이다.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흰머리를 슬퍼하는 늙은이를 대신하여)〉은 7언고시 형식의 26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생의 무상함을 잘 묘사하여 오늘날에도 인구에 회자하는 명시로 꼽힌다.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금년에 꽃 지면 얼굴빛 변하리니,

내년에 꽃 피면 뉘 얼굴 그대로일까.

소나무 잦나무 베어져 땔감으로 쓰이는 걸 보았고,

뽕밭이 변하여 바다 된다는 말도 들었네.

옛사람은 낙양성 동쪽에 더 이상 없건만,

지금 사람은 다시 꽃보라 속에 서 있다네.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사람 얼굴은 같지 않다네(歲歲年年人不同)."

 

꽃은 올해도 내년에도, 또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지금처럼 아름답게 필 터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은 세월이 지난 만큼 늙어 있을 것이니, 그 세월과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한 것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연년세세화상사는 뒷구절의 세세연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과 함께 변함 없는 자연과 유한한 삶의 무상함을 대비하여 묘사하는 말로 사용된다.

 

 

한편, 《당재자전(唐才子傳)》에 따르면,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며 유정지의 외삼촌인 송지문(宋之問)이 이 구절을 보고는 절창(絶唱)이라 탄복하며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하였다. 유정지는 처음에는 허락하였다가 결국 거절하였는데, 화가 난 송지문이 하인을 시켜 흙주머니로 압살하였으니, 이때 유정지는 30세도 안 되었다고 한다. 다른 곳에는 송지문(宋之問) 유소사(有所思) 로 나와 있는 곳도 있다

 

 

 

 

洛陽城東桃李花(낙양성동도리화) : 낙양성 동쪽의 복숭아꽃, 오얏꽃

飛來飛去落誰家(비래비거락수가) : 이리저리 날려 누구 집에 떨어지나

幽閨兒女惜顔色(유규아녀석안색) : 깊은 규방 속의 아가씨가 얼굴빛을 아끼며

坐見落花長歎息(좌견낙화장탄식) : 앉아서 떨어지는 꽃잎 보고 길게 탄식 한다

今年花落顔色改(금년화락안색개) : 금년에 꽃 지면 얼굴빛 변하리니,

明年花開復誰在(명년화개복수재) : 내년에 꽃 피면 뉘 얼굴 그대로일까.

已見松柏催爲薪(이견송백최위신) : 소나무 잦나무 베어져 땔감으로 쓰이는 걸 보았고,

更聞桑田變成海(갱문상전변성해) : 뽕밭이 변하여 바다 된다는 말도 들었네.

古人無復洛城東(고인무부낙성동) : 옛 사람은 낙양성 동쪽으로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데

今人還對落花風(금인환대낙화풍) : 지금 사람은 다시 꽃이 바람에 지는 것을 보고 있다

年年歲歲花相似(년년세세화상사) : 해마다 꽃들은 서로 비슷하지만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 해마다 사람들은 같지 않구나

寄言全盛紅顔子(기언전성홍안자) : 말 부치노니, 혈기왕성한 얼굴 붉은 젊은이들은

須憐半死白頭翁(수련반사백두옹) : 반은 죽은 머리 흰 늙은이를 동정해야 하는 것을

此翁白頭眞可憐(차옹백두진가련) : 이 노인의 흰머리 정말로 불쌍한 것이니

伊昔紅顔美少年(이석홍안미소년) : 그도 옛날에는 얼굴 붉은 젊은이라네

公子王孫芳樹下(공자왕손방수하) : 공자나 왕손은 향기 나는 나무 아래서

淸歌妙舞落花前(청가묘무낙화전) : 지는 꽃 아래에서 맑은 노래와 기묘한 꿈을 춘다

光祿池臺文錦綉(광녹지대문금수) : 화려한 목과 누대에는 비단 무늬로 장식되었고

將軍樓閣畵神仙(장군누각화신선) : 권문세가의 누각에는 신선 그림이 그려져 있다

一朝臥病無相識(일조와병무상식) : 하루아침 병들어 누우면 알아주는 이 하나 없으니

三春行樂在誰邊(삼춘행락재수변) : 봄날의 즐거움 어지에 있을까

婉轉蛾眉能幾時(완전아미능기시) : 아리따운 여인도 얼마나 갈까

須臾鶴髮亂如絲(수유학발난여사) : 잠깐 동안에 흰머리가 실처럼 어지러워질 것이다

但看古來歌舞地(단간고래가무지) : 예부터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던 고장에도

惟有黃昏鳥雀飛(유유황혼조작비) : 오직 날은 지는데 새들만 날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