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김태수
굴곡진 길 달려와
몸 부린 헌 자전거
살 빠져 무른 바퀴
뼈뿐인 낡은 안장에
뜨겁게
불태우며 산 저녁놀이 앉는다
진창길
포장도로
오르막
내리막길
날마다 하나 되어
페달을 밟고 풀며
달리며 중심 잡았다
쓰러지지 않으려
세차게 달린 세상
녹슬어 내려앉아
약병을 옆에 두고
거미와 함께 산다
맞물려
굴리며 살다
혼자 남아 수행중
-제1회 미당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감자 박선희 삶아 내온 감자의 포슬포슬한 서슬이 시리다 아주 오래 전 너와 걸었던 눈길 그 길이 감자 사이로 나 있어 분이 오른 감자를 들여다본다 바람이 시래기소리를 내며 몰려다니던 저물녘 너의 마을이 가까워오고 나무판자가 잦은 기침을 해대던 옛 정미소였던가 스뎅 대접의 막걸리에 이 시린 두부 한 접시 신 김치에 찌푸려지던 미간도 미소를 자아내던 그날 갓 삶은 감자 분 같은 눈이 들판을 덮고 나란히 걸어온 발자국을 덮어 지나온 흔적 모두 지워져 나무판자 정미소마저 통유리 건물로 메꾸어진 자리 삶은 감자의 하얀 서슬에서 그날의 눈길이 보얗게 인다 - 제 1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