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5.04 04:36

'장학의 날'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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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의 날을 맞아

 

동아줄 김태수

 

 

 

   여느 해보다 눈이 많이 내리고 늦추위가 기승을 부려 앵커리지의 올겨울은 길게 느껴졌다. 이제 곳곳에 언 땅을 덮고 있던 눈과 얼음을 밀어제치고 그 연하고 가는 싹이 고개를 내밀고, 버들강아지가 잎을 틔우기 시작했다.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양지쪽은 제법 파릇하고 싱싱한 싹이 자리를 잡았으나 응달진 곳은 잔설을 녹이며 싹트느라 여린 싹들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리지만 곧 따스한 햇볕을 온몸에 받으며 푸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되는 우리의 새싹, 2세들도 5월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름엔 대학에 진학한다. 이들 중 이미 진학할 대학이 정해졌을 수도 있고, 더러는 입학 통지서를 기다리거나 최종 진학할 대학 결정을 남겨두고 있을 것이다.

 

   때맞춰 매년 시행해온 연례행사인 장학의 날행사가 올해에는 56, 미얼스(Mears) 중학교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알래스카앵커리지한인회(회장 최규재)가 차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게 하기 위해 개최해 온 장학 사업이 올해로 14 번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수고해온 알래스카앵커리지한인회의 노고와 협조를 아끼지 않은 독지가와 교회 및 단체의 도움으로 이어 온 뜻깊은 장학사업이다. 비록 1인당 $1,000이지만 장학 수혜자 수는 초창기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수에서 최근에는 20명 전후로 늘어났고, 한인 학생에 국한한 것에서 벗어나 앵커리지 교육청을 통해 공개 모집하면서 다민족 사회에서의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도 있다.

 

   그동안 장학생 선발 기준은 학업 성적, 미래 계획, 한국 문화 및 역사에 관한 이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에세이를 중심으로 12학년 학생 중에서 선발해 왔다. 한인 차세대는 물론이려니와 한국과 무관한 다민족 학생들에게도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관한 주제로 에세이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관심을 유도하는 이중효과를 거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칭찬할 만한 좋은 장학선발 기준을 정해 시행해 왔음에도 몇 가지 아쉬움과 부족한 면이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첫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부분의 2세는 탈 알래스카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본토의 대학에 진학할 엄두를 못 내는 학생들이 알래스카에 있는 대학을 진학한다. 직업훈련학교 학생을 포함하여 이들에게도 장학 혜택을 주도록 하는 대학생 장학 사업이 필요하다. 대학생 장학생 선발은 대부분이 18세 이상의 성인인 만큼 경제적인 면을 중심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주 정부 생활보조 수혜자나 그러한 가정에서 성실하게 학업 중인 자로 주 정부 발행 증빙 서류 제출(Food stamps/Alaska Quest Card, Medicaid/Denali care, Supplemental Security Income/SSI, Federal Public Housing Assistance/Section 8)을 필수 조건으로 하여 선발하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성적 우수 장학 선발에서 벗어나 봉사 우수 장학(한인 커뮤니티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적 봉사로 타에 본이 되는 자), 근로 우수 장학(주 정부 생활 보조 수혜자로 Low Income 등의 수혜 대상자 또는 그 가정의 학생), 특기 우수 장학(한국문화 및 예술, 체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자) 등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장학위원회의 구성을 범 한인사회로 확대 개편하는 일이다. 장학 선발 시행 세칙 등을 정해 이를 제도화하고 임기를 정해 합리적이며 공정한 장학생 선발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장학위원회는 알래스카앵커리지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주관하되 장학 사업에 특별한 관심과 비전을 가진 독지가 및 교회, 기관, 단체의 대표나 그 추천인으로 구성하면 좋겠다.

 

   넷째, 장학 수혜 학생들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관계망 및 전산 시스템 구축이다. 장학금을 받고 본토 대학에 진학하면 끝나는 일회성 연례행사가 아니라, 이를 통해 선후배의 연결고리가 되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졸업 후 사회 진출해서 하는 활동 등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장학생 기록카드를 만드는 등의 지속적인 연락과 관리가 필요하다.

 

   장학 사업의 근본은 재원이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사업을 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햇살 바르고 바람 선선한 양지에서 자란 튼실한 싹보다는 낮고 음침한 음지에서 어렵게 싹터 자란 여린 싹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수저에게 $1,000은 푼돈이 될 수 있지만, 흙수저에게 $1,000은 운명을 바꾸는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고학력과 고수입의 부모를 만나 여유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만큼 교육 혜택도 많이 받고 자라 학업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 많다. 학업 우수 장학생 선발보다는 근로 우수 장학생 선발이 절실한 이유이다,

 

   장학의 날을 맞이하여 선발된 장학생과 학부모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탈락한 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싹으로 성인의 대열에 합류하는 졸업생들이 어디를 가든 언 땅에서도 뿌리내려 싹 틔우고 피어난 알래스카의 야생초처럼 굳건하게 삶을 개척해 나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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