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2016.09.06 06:54

이성열 조회 수:121

비애


LA는 천사의 도시

거지들의 천국이라곤 하나

골치 아픈 걱정거리, 고지서 낼 일,

짊어진 책임 없다고는 하나,

겨울 인심은 천심조차도 냉정해

비라도 오는 밤이면

그나마 붙들고 있는 생명

바람 앞 촛불처럼 가물거린다

 

차라리 짐승으로 태어났다면

언덕 밑 동굴로 기어들거나

구조물 틈새에서

한기라도 피할 수 있지만

 

만물의 왕, 거리의 왕들조차

위로부터 내리는 시련, 비바람

피할 길이 없다 겨우 손바닥이나 펴서

하늘을 가려보지만

그나마 걸친 육신 마구 젖는다

 

끼니때는 꼬리를 물고 쳇바퀴 돌 듯

회전을 하고

빈속으로부터 스며 나오는 오한

젖은 모포 하나로 물릴 길 없다

 

차라리 다시 태어날 땐

털 달린 짐승으로나 환생한다면

세상 보이는 건 먹거리

머리 두는 곳이 은신처 LA

천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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