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웨이 1번 드라이브*

2017.01.04 07:49

이성열 조회 수:164

하이웨이 1번 드라이브*

1

몬트레이 17 마일

새벽에 달려갔었지

아직 겨울은 아니래도

성큼 겨울 냄새가 나고

어디를 가나 사설공원,

개인 저택들 정원에는

목각모양의 사슴무리들

거짓말처럼 풀을 뜯고

2

개인 저택들 사이 상가

풍미로운 커피 한 잔

사들고 해변에 갔지

파도는 부지런히 등가죽을

뒤집어 햇볕에 말린 탓에

사람 사는 바닷가 임에도

소금냄새 절은 땀 냄새는

말끔히 씻고 없었지

3

자연도 인공이 보태져야

너도 나도 좋아하는 미색을

돋구나 그림 같은 저택들,

골프링크, 아침 바다를 응시하고

잘 닦아놓은 해변 도로 따라

소나무 숲속을 구불구불 돌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지

어느덧 상큼한 해변은 사라지고

4

울울 창창 삼나무들, 이름하여 -

캄캄한 숲 빛으로 앞을 막고 섰지

연거푸 심호흡을 해대며

잠시 차에서 내려 삼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마시는 커피 향

나무가 큰 건지 사람이 작은 건지

숲속을 지나서 바라보니

한가로운 들판에 소들 풀을 뜯고

5

다시 바다, 그곳엔 자욱이 구름

멀리 운해를 비집고 나온 섬들

흩어진 구름사이로 나온 섬 자락

절벽에 아슬 아슬 걸려있던 교각들

산봉우리에서 손 흔들던 갈대 무리

끝도 없이 펼쳐진 구름밭

천국의 환상을 밟고 달려 온

10시간의 하이웨이 1번 드라이브

 

(켈리포니아 1번 코우스트-하이웨이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 헬리콥터 [2] 이성열 2017.01.10 168
115 감으로 열병을 앓다 [2] 이성열 2017.01.04 200
114 표정 [1] 이성열 2017.01.04 100
» 하이웨이 1번 드라이브* [1] 이성열 2017.01.04 164
112 데스밸리 시편들 이성열 2016.10.19 146
111 인상깊은 연출 [1] 이성열 2016.09.12 629
110 좁은문 [1] 이성열 2016.09.12 116
109 비애 [1] 이성열 2016.09.06 120
108 절규 [1] 이성열 2016.09.06 243
107 헐리우드 산에 올라 [1] 이성열 2016.08.31 147
106 줄서기 [2] 이성열 2016.08.22 174
105 때늦은 만찬 [1] 이성열 2016.08.19 126
104 나무는 아직도 그렇게 서 있었네 [2] 이성열 2016.08.13 116
103 당당한 새 [1] 이성열 2016.08.13 105
102 시조 자카란타 lapoesy 2016.05.09 93
101 초대장 [1] 이성열 2016.04.18 138
100 오파슴 (Opossum) 이성열 2016.04.17 71
99 너구리 이성열 2016.02.18 46
98 헐리우드의 사슴 이성열 2016.01.16 30
97 시조 상공에서 이성열 2015.12.15 5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5
어제:
3
전체:
4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