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노인들
2007.10.23 21:27
홀로 사는 노인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의
하루를 여는 새벽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에는 유난히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종종걸음을 치며 교대근무 하러 가는 공장사람들, 새벽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절도 있는 걸음 또 폐지 수집을 하려고 늙은 몸으로 손수레를 밀고 가는가 하면, 뼈만 앙상한 노인이 자전거에 폐지를 싣고 가는 추레한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하루에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고작 몇 천 원에 불과한 돈을 벌려고 하는 수고가 안쓰럽다. 먹을 것이 넘쳐 살과의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호구지책을 위하여
늙은 몸을 끌고 새벽부터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어느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화를 냈던 일이 있었다, 이야기인즉 남편이 죽자 서울 살던 아들이 부모의 집을 팔고는 월세 10만 원에 방 하나를 얻어주며 매달 월세를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도 말 뿐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집세를 내기위해서라도 폐지를 줍는 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집안 사정을 아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폐지수집이 용이하여 몇 년 만에 700만 원을 모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 돈도 몽땅 아들이 가져갔다고 한다. 그 속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 무조건 희생적인 자식사랑의 정서가 빚은 결말이 아닐까 한다.
한 겨울 담 밑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는 할아버지가 너무 가여워 길 가던 젊은이가 물었다.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세요?”
따뜻한 라면이 먹고 싶다는 노인을 모시고 분식점에서 라면을 사드리며 들은 말이 기가 막혀 공개한다고 하였다.
전답이 많은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였다고 한다. 늦가을 어느 날, 서울에 살던 아들이 내려와 모두 정리하고 서울에 큰 집을 사서 같이 살자고 했다. 혼자 사는 시골생활이 힘들고 외로웠기에 혼자 사는 것보다 나을 거 같아서 따라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밥만 먹으면 모두 나가고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시골 생활보다 더 외로웠다. 게다가 손자들은 냄새난다고 피해 다닐 뿐 아니라, 묻는 말에 대답조차 안하더라고 했다. 너무 답답하여 고향의 친척집을 전전하다 두어 달 만에 서울에 올라오니 아들네 집에는 낯선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길로 노숙자가 되어 떠돌다 시골이 그리워 내려오니 더 힘들어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왜 아들을 안 찾았느냐고 묻자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는 듯 메마른 웃음을 흘리더란다. 꾀죄죄한 옷차림에, 보따리 하나, 큰 부지깽이 같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바라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요즈음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자식을 위해서는 대신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게 부모이지만 맹목적인 희생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식의 의타심만 기를 뿐이다.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부모에게 몹쓸 짓을 한다고 나무라기 전에 기성세대는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식이 재산인 농경시대가 가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세대들은 자식귀한 것만 안다. 사람의 도리 공부는 뒤로하고 오로지 명문대 인기학과에 가야 된다며 살아왔다. 지금은 한 술 더 떠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며 기러기아빠라는 신종어까지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오로지 아이들만 중심으로 가정을 꾸리다 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자라는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소홀히 여기기 쉽다.
요즘 청소년들의 어른 존경심에 대하여 아시아 17개국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라고 한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 집안을 들여다봐도 그럴 수밖에 없다. 아이들 한마디가 지상 명령이고 부모는 하인에 불과하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선생님을 존경할 리 없고,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리 잡을 터전이 닦여질 리 없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쓸모없고 귀찮은 노부모는 쓰다버릴 가전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부모에게 매질하는 아들을 고발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산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게 마련인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모두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복지정책을 아무리 잘 세워도 행복한 노년은 오지 않는다. 따뜻한 정이 오가고 가족간의 사랑이 넘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리울 뿐이다.
(2007. 10. 25.)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의
하루를 여는 새벽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에는 유난히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종종걸음을 치며 교대근무 하러 가는 공장사람들, 새벽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절도 있는 걸음 또 폐지 수집을 하려고 늙은 몸으로 손수레를 밀고 가는가 하면, 뼈만 앙상한 노인이 자전거에 폐지를 싣고 가는 추레한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하루에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고작 몇 천 원에 불과한 돈을 벌려고 하는 수고가 안쓰럽다. 먹을 것이 넘쳐 살과의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호구지책을 위하여
늙은 몸을 끌고 새벽부터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어느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화를 냈던 일이 있었다, 이야기인즉 남편이 죽자 서울 살던 아들이 부모의 집을 팔고는 월세 10만 원에 방 하나를 얻어주며 매달 월세를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도 말 뿐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집세를 내기위해서라도 폐지를 줍는 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집안 사정을 아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폐지수집이 용이하여 몇 년 만에 700만 원을 모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 돈도 몽땅 아들이 가져갔다고 한다. 그 속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 무조건 희생적인 자식사랑의 정서가 빚은 결말이 아닐까 한다.
한 겨울 담 밑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는 할아버지가 너무 가여워 길 가던 젊은이가 물었다.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세요?”
따뜻한 라면이 먹고 싶다는 노인을 모시고 분식점에서 라면을 사드리며 들은 말이 기가 막혀 공개한다고 하였다.
전답이 많은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였다고 한다. 늦가을 어느 날, 서울에 살던 아들이 내려와 모두 정리하고 서울에 큰 집을 사서 같이 살자고 했다. 혼자 사는 시골생활이 힘들고 외로웠기에 혼자 사는 것보다 나을 거 같아서 따라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밥만 먹으면 모두 나가고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시골 생활보다 더 외로웠다. 게다가 손자들은 냄새난다고 피해 다닐 뿐 아니라, 묻는 말에 대답조차 안하더라고 했다. 너무 답답하여 고향의 친척집을 전전하다 두어 달 만에 서울에 올라오니 아들네 집에는 낯선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길로 노숙자가 되어 떠돌다 시골이 그리워 내려오니 더 힘들어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왜 아들을 안 찾았느냐고 묻자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는 듯 메마른 웃음을 흘리더란다. 꾀죄죄한 옷차림에, 보따리 하나, 큰 부지깽이 같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바라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요즈음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자식을 위해서는 대신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게 부모이지만 맹목적인 희생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식의 의타심만 기를 뿐이다.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부모에게 몹쓸 짓을 한다고 나무라기 전에 기성세대는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식이 재산인 농경시대가 가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세대들은 자식귀한 것만 안다. 사람의 도리 공부는 뒤로하고 오로지 명문대 인기학과에 가야 된다며 살아왔다. 지금은 한 술 더 떠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며 기러기아빠라는 신종어까지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오로지 아이들만 중심으로 가정을 꾸리다 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자라는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소홀히 여기기 쉽다.
요즘 청소년들의 어른 존경심에 대하여 아시아 17개국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라고 한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 집안을 들여다봐도 그럴 수밖에 없다. 아이들 한마디가 지상 명령이고 부모는 하인에 불과하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선생님을 존경할 리 없고,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리 잡을 터전이 닦여질 리 없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쓸모없고 귀찮은 노부모는 쓰다버릴 가전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부모에게 매질하는 아들을 고발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산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게 마련인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모두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복지정책을 아무리 잘 세워도 행복한 노년은 오지 않는다. 따뜻한 정이 오가고 가족간의 사랑이 넘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리울 뿐이다.
(2007.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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