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1 ~ 14 / 이해인

2004.09.01 17:53

강학희 조회 수:339 추천:8
















    (↑위에 붉은 단풍잎에 대고 마우스를 움직여 보세요^*^)




    가을편지 11~14 - 이해인님

    11
    뜰에는 한 잎 두 잎 낙엽이 쌓이고
    내 마음엔 한 잎 두 잎 詩가 쌓입니다
    가을이 내민 단풍빛의 편지지에 타서 익은 말들을
    적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읽으시는 고요한 저녁,
    내영혼의 촉수 높여 빈 방을 밝힙니다.

    12
    나무가 미련 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함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한 일상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내야 한다는 것을

    13
    바람이 붑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내 고뇌의 분량만큼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게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4
    숲 속에 앉아 해를 받고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기도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이승에 뿌리내린 삶의 나무에서
    지는 잎처럼 하나씩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 때
    아무도 그의 혼이 태우는 마지막 기도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지는 잎처럼 그의 삶이 또한 잊혀져 갈 것을
    '당연한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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