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 / 문정희]
2011.05.08 01:39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출처 :『나는 문이다』, 뿔 2007
● 詩. 낭송 : 문정희-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1969년『월간문학』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새떼』『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아우내의 새』『나는 문이다』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함.
“응”은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하고 물으면 “응!”하고 대답하지요. 시인은 그것을 “눈부신 언어의 체위”라고 부르는군요. 하나의 손바닥에 또하나의 손바닥을 가져다대는 말. 손바닥끼리 마주쳐 소리가 나듯 두 마음이 오롯하게 합쳐지는 말. 굳이 배우지 않아도 모태로부터 익혀 나온 말.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도 심장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말. 가장 간결하면서도 한없는 긍정과 사랑을 꽃 피우는 말. 이 대답 하나로 우리는 나란히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될 수도 있지요. “응”이라는 문자 속에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이응처럼.
2008. 9. 29.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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