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종기 / 기적]
2011.05.08 01:34
기적
마종기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가리
또 보세, 그래, 이런 거야, 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 출처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사 2006
● 詩 - 마종기 :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1959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음. 시집 『조용한 개선』『두번째 겨울』『변경의 꽃』『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그 나라 하늘빛』『이슬의 눈』『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등이 있음.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 - 박준 : 시인.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함.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라고 카프카가 말했던가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인 것도 기적이지만, 오늘 우리가 식탁 앞에 마주 앉아 한 그릇의 밥을 먹는 것도 기적이지요.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라는 시인의 말도 살아 있음 자체가 놀라운 축복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 한 달의 시작, 한 해의 시작, 그 첫 단추를 끼우면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요? 기지개 켜는 시간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무슨 말을 제일 먼저 건네고 싶으신지요? 오랜 세월 이국에서 살면서도 모국어의 맑은 숨결을 지켜온 마종기 시인의 여린 순 같은 시를 새해 인사로 전해드립니다.
2009. 1. 5.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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