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손 / 마종기]

2011.05.08 00:53

강학희 조회 수:227 추천:5




내 동생의 손


 


마종기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않은 나이에 자유롭게 되어
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속상하게 마음 아픈 날에는 주머니 뒤져
아직 따뜻한 동생의 손을 잡으면
아프던 내 뼈들이 편안해진다.


내 보약이 되어버린 동생의 약손,
주머니에서 나와 때로는 공중에 뜨는
눈에 익은 손, 돈에 익지 않은 손.


내 동생의 손이 젖어 우는 날에는
내가 두 손으로 잡고 달래주어야
생시처럼 울음을 그치는 눈물 많은 손.


내 동생이 땅과 하늘에 묻은 손,
땅과 하늘이 슬픔의 원천인가,
그 슬픔도 지나 멀리 떠나는
안타깝게 손 흔들어대는
내 동생의 저 떨리는 손!








마종기 -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개선』『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그 나라 하늘빛』『이슬의 눈』『우리는 서로를 부르는 것일까』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 /  김미정
출전 / 『이슬의 눈』(문학과지성사)
음악 /  심태한
애니메이션 /  정정화
프로듀서 /  김태형





몸과 마음으로 처리할 수 없는 가족의 죽음을 견뎌야 할 때, 슬픔은 난폭합니다. 일 한다고 사람 만난다고 봐주지 않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려 망신시키죠. 그 슬픔의 폭력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시인은 고인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답니다. 어떻게 죽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죠? 형의 손바닥에는 동생의 손에 대한 수많은,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손에는 체온과 웃음과 눈물과 형제애가 가득 달려 있겠죠. 이 촉각의 기억으로 죽은 손을 되살리는 겁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면, 그때마다 죽은 동생이 살아나 오히려 형을 위로할 것입니다.



문학집배원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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