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손 / 마종기]
2011.05.08 00:53
내 동생의 손
마종기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않은 나이에 자유롭게 되어
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속상하게 마음 아픈 날에는 주머니 뒤져
아직 따뜻한 동생의 손을 잡으면
아프던 내 뼈들이 편안해진다.
내 보약이 되어버린 동생의 약손,
주머니에서 나와 때로는 공중에 뜨는
눈에 익은 손, 돈에 익지 않은 손.
내 동생의 손이 젖어 우는 날에는
내가 두 손으로 잡고 달래주어야
생시처럼 울음을 그치는 눈물 많은 손.
내 동생이 땅과 하늘에 묻은 손,
땅과 하늘이 슬픔의 원천인가,
그 슬픔도 지나 멀리 떠나는
안타깝게 손 흔들어대는
내 동생의 저 떨리는 손!
● 시
마종기 -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개선』『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그 나라 하늘빛』『이슬의 눈』『우리는 서로를 부르는 것일까』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함.
● 낭송 / 김미정
● 출전 / 『이슬의 눈』(문학과지성사)
● 음악 / 심태한
● 애니메이션 / 정정화
● 프로듀서 / 김태형
몸과 마음으로 처리할 수 없는 가족의 죽음을 견뎌야 할 때, 슬픔은 난폭합니다. 일 한다고 사람 만난다고 봐주지 않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려 망신시키죠. 그 슬픔의 폭력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시인은 고인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답니다. 어떻게 죽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죠? 형의 손바닥에는 동생의 손에 대한 수많은,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손에는 체온과 웃음과 눈물과 형제애가 가득 달려 있겠죠. 이 촉각의 기억으로 죽은 손을 되살리는 겁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면, 그때마다 죽은 동생이 살아나 오히려 형을 위로할 것입니다.
문학집배원 김기택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40 |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 / 마종기 | 강학희 | 2011.05.14 | 366 |
| 139 | 시와 함께 | 강학희 | 2011.06.20 | 314 |
| 138 | - 고독 - R.M.릴케 | 강학희 | 2011.05.14 | 98 |
| 137 | 4월은 잔인한 달-황무지 / T.S .엘리어트 | 강학희 | 2011.05.14 | 708 |
| 136 | [re] 절대고독 / 김현승 | 강학희 | 2011.05.14 | 443 |
| 135 |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 강학희 | 2011.05.14 | 480 |
| 134 | 천양희(1942~ ) '노을 시편' | 강학희 | 2011.05.14 | 185 |
| 133 | 강인한(1944~) '돌과 시' | 강학희 | 2011.05.14 | 126 |
| 132 | 고은시인의 ‘문학과 언어’ | 강학희 | 2011.05.14 | 291 |
| 131 |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들 / 도종환 | 강학희 | 2011.05.14 | 521 |
| 130 | 삽 / 정진규 | 강학희 | 2011.05.14 | 181 |
| 129 | 우리는 왜 시를 사랑하는가 / 정호승 | 강학희 | 2011.05.14 | 931 |
| 128 | 황동규시인의 시와 삶 | 강학희 | 2011.05.14 | 373 |
| 127 |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 강학희 | 2011.05.08 | 328 |
| 126 | [흙 / 문정희] | 강학희 | 2011.05.08 | 719 |
| » | [내 동생의 손 / 마종기] | 강학희 | 2011.05.08 | 227 |
| 124 | 장석남, 「살구꽃」 | 강학희 | 2011.04.07 | 622 |
| 123 | 어머니가 담배를 배운 이유 / 윤석산 시인 | 강학희 | 2011.04.06 | 578 |
| 122 | 영혼을 울리는 글쓰기 / 김종회 #2 | 강학희 | 2011.03.26 | 469 |
| 121 | 봄, 사월에 / 이재무 | 강학희 | 2011.04.03 | 3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