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의 시 이야기
2010.08.05 08:41
담장 밖으로 나온 레몬 하나
나, 너 따먹을 거다
눈물나도록 새콤한
인연을 맺고 싶다
- 안경라 (1964 - ) ‘레몬’ 전문.
더운 여름날 읽기에 좋은 시다. 이리저리 돌려 말하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게 시원하다.
옛 선사들을 한 방에 깨우치게 만든 죽비 같은 후련함이 있다. 진짜 고수는 원래 길게 말하지 않는 법이다. 솔직하고 거친 남성적 어조로 ‘따먹을 거다’라고 독자들의 주의를 끈 다음, 바로 결론을 던져 마무리 한다. 사람 사는 것이 이처럼 눈물나는 인연을 맺어가는 것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 김동찬,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0년 7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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