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2021.10.22 00:22

조형숙 조회 수:15

KALA강의를 듣고 있는 시간에 잠간 어두움이 느껴졌다. 눈이 흐려졌나?  비문증이 생겼나? 방안을 둘러보니 보니 캄캄하다. 창문 밖이 어둡다. 불이 나갔다.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셀폰을 열고 강의를 계속 들었다. "정전으로 어두움 속에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혹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나가더라도 용서하십시요"라고 회장님께 톡을 드렸다.  곧 들어오겠지 하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강의가 끝나고도 불은 들어올 기미가 없다. 어둠은 정말 싫다. 전기가 안들어 오니 되는 일이 없다. 가스도 쓸 수 없고 전자렌지도 불가능이다. 냉장고에 있는 살몬은 괜찮을까? 염려되어 조금이라도 차게 있으라고 냉동실에 옮겨 넣었다. 아이스크림은 녹지 않을까?  

 
빌딩 안은 깜깜한데 비상등이 들어와 층계를 밝히고 있어 다행이다.  엘리베이터는 어둠속에서 큰 입을 활짝 열고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셀폰의 베터리가 줄어들고 있다. 차에 가서 시동을 켜고 충전을 했다. 그리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본다. 우리집의 동서남북으로 두 블럭만 어둠속이다. 난다랑은 차를 마시다가 놀라고 해장촌은 고기를 구어먹다가 곤란을 당했을것이다. 
 
어두움은 잠을 부른다. 잠을 자면서 전깃불이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모르겠다. 반짝하는 느낌이 있어 벌떡 일어났다. 전자시계가 붉은 빛으로 숫자를 드러내고 컴퓨터가 켜진다. 벌써 7시간이 지났다. 집안에 있는 스위치를 다 올렸다. 어둠 후에 느끼는 밝음이 더 반갑고 기분좋았다.
  
 지난 달 삶이 정전 되었던  범수를 생각한다. 
이른 아침 톡이 왔다. " 언니! 어제 범수가 교통사고가 났어. 소장에 구멍이 나서 3cm를 잘라내고 튜브로 연결했고, 다리 뼈가 부러져 거의 피부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는데 소장 수술이 급하니 억지로 밀어서 맞추어 놓았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아무 정신이 없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만 생각해. 꿈인것 같아.누구라도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아. 언니 기도해 줘."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가슴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한국의 두 여동생과 우리 네 자매는 종일 소식을 전하고 위로 하기를 계속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들으며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동생 부부가 아들의 소지품을 가지러 차에 갔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차가 아니라 큰 휴지덩어리가 뭉쳐 있었다.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하나님 범수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소리쳤다. 찍어 보낸 차의 사진은 정말 기가 막혔다.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으면 나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아이는 정신력으로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차 밖으로 기어 나와 손을 흔들어 사람의 눈에 띄었고 경찰과 911의 도움을 받았다. 범수는 퇴근하는 길에 피곤하여 잠깐 눈을 감은 순간에 비탈길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얼마나 사투를 벌이며 구원을 청했을까?

 "깊은 산속 깨끗한 물에 크고 붉은 붕어 한마리가 싱싱하게 헤엄치고 있었다."는 꿈 이야기를 가까이 지내는 어르신에게서 들었다. 태몽이었다. 6년만에 얻은 아들에게 쏟는 동생의 정성과 사랑은 말할 수 없이 귀하고 극진했다. 범수는 교대부국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얼바인에 정착하고 입학한 첫 학기에 전 과목 A++를 받았다. 가늘고 수줍던 아이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지면서 든든한 청년이 되었다. 캔사스로 이사한 후 대학 건축학과를 다니며 회사 인턴의 과정을 칭찬속에서 마쳤다. 50대의 여사장은 범수를 귀하게 여기고 신뢰했다. 잘 훈련시켜 회사를 맡기려는 소망을 가지고 권유했다. 또 다른 회사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회사의 중책을 맡아했다. 그러던 중 피곤이 쌓인 탓으로 잠깐 눈을 감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캔사스에 살고 있는 동생은 성경적 건강을 가진 사람이다. 죽음의 순간이 될 뻔했던 그 장소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했다. 동생은 외모도 마음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수 십년을 말씀 묵상속에 살며 통권으로 성경을 암송 하는 일을 쉬지 않는다. 새벽이면 제일 먼저 교회안을 피아노 찬양으로 가득 채운다. 성도들은 들어 오면서 부터 풍성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중학교 시절부터 동생이 해오는 일이다. 자신의 재능과 은사를 주를 위해 헌신하고 바치는 여인이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생이 받고 있는 아픔이 내 마음을 후벼팠다. 그러나 영이 육을 지배하는 것이지 육이 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팔,다리를 다쳤을 때에도 다친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아픔을 인식 한다고 한다. 영이 육을 지배하기 때문에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병을 이겨낼 수 있다. 신앙적으로 확고하게 신념이 서있는 건강한 동생이니 하나님 말씀으로 위로받고 아픔을 이겨내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가족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살면서 종종 어두움의 시간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삶의 정전이다. 어두움의 시간속에서 밝은 때를 생각나게 한다. 어두움이 지나면 밝은 빛이 오리라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희망은 바로 어두운 밤에 시작된다. 어둡다. 답답하고 지루하다. 이대로 길어지면 병이 날 것 같다. 온 밤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  누구나 다 밝은 것을 좋아하고 어두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두움을 견디는 사람은 지혜롭다. 어두운 때를 생각하는 것도 복이 된다. 어두운 때가 있기에 밝은 때가 더욱 감사한것 아닐까? 어두운 시간은 감사의 시간이어야 한다.

 
KALA: Korean American Literatur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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